[사람과 화제]서울보호관찰소 강호성 사무관

  • 입력 1997년 1월 28일 20시 25분


[李寅澈기자]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인 강호성사무관(35)의 명함은 조금 색다르다. 뒷면에 「보호관찰소는 범법자를 교도소에 수용하는 대신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상담을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국가기관」이라는 요지의 업무설명이 1백30자의 글로 적혀 있다. 강씨가 특이한 명함을 갖게 된 것은 『보호관찰소는 무얼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받기 일쑤이고 교도소와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 92년 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강씨는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보호관찰자들의 봉사활동 실행을 관리감독하는 일을 5년째 맡고 있다. 봉사활동은 주로 도로 공원 양로원 관공서 등에서 50∼2백시간까지 청소를 하거나 불우시설 수용자들을 돕는 등 공공성이 있는 것들이다. 그는 보호관찰자들의 봉사현장 출석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직원 3명과 함께 매일 1백여통의 전화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전화통만 보아도 귀가 아프다. 결석을 하면 집으로 찾아가 설득하기도 하지만 상습불응자나 반성의 빛이 없는 사람은 다시 교도소로 보낸다. 지난해 이곳을 거쳐간 1천5백여명중 20명이 다시 교도소로 강제구인됐다. 그동안 봉사명령은 미성년자에게만 내려졌지만 올해부터는 성인범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는 법의 기강과 인간적 동정심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법집행관이기도 하고 「문제아」를 선도하는 「담임선생님」도 되기 때문이다. 봉사시설을 섭외하는 것은 더 큰 일이다. 병원이나 고아원 우체국 등 30여개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시키고 있지만 범법자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이들의 봉사활동을 오히려 꺼리는 경우가 많다. 봉사자들의 태도 또한 가지가지다. 반성하는 자세로 성실하게 사회봉사에 임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새마을청소」쯤으로 알고 시간만 때우려는 사람이 더 많다. 이들은 「사회봉사」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거리청소를 한다. 행인들이 이들을 자원봉사자로 알고 『젊은이들이 기특하다』며 「뜻밖의」 칭찬을 하면 게으름을 피우던 보호관찰자도 얼굴이 벌개진다. 『봉사활동을 마친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허탈합니다. 반면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을 보면 정말 일의 보람을 느낍니다』 강씨는 지난 93년 성균관대에서 보호관찰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신학대에서 「교정복지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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