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한국기원 운영싸고 玄이사장 사의표명등 갈등

  • 입력 1997년 1월 28일 16시 14분


프로기사 모임인 기사회(회장 千豊祚)가 玄在賢 한국기원 이사장(동양그룹 회장)의 기원 운영방식을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 玄이사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자 이번에는 이 문제를 일으킨 千회장의 사퇴를 일부 기사들이 요구하는 등 바둑계가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玄이사장은 千회장 측에서 "한국기원과 그 자회사인 한국바둑텔레비전(BTV)을 마치 동양그룹의 방계회사처럼 운영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기사회 총회 등을 통해 자신을 공격하자 18일 金宇中 한국기원 총재에게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와 관련, 기사회는 27일 80여명의 회원기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기원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거론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일부 기사들이 '고요하던' 바둑계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책임이 千 회장에 있다며 그에게 화살을 돌리고 나서는등 내부 분란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바둑계의 이같은 분규는 '70년대 중반에 발생한 '기사파동' 이후 처음 있는 일로, 玄이사장의 4년 임기가 3월로 만료된다는 점과 관련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11일 열린 기사회 정기총회에서 千 회장이 "玄이사장이 정관을 무시한채 한국기원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을뿐 아니라 동양그룹이 갖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BTV의 사유화를 꾀하고 있다"며 비판을 고삐를 당긴 데서 비롯됐다. 千회장측은 또 "한국기원 상근이사는 물론 비상근이사의 선출에 대해서도 정관에 기사의 기원운영 등의 참여조항이 있음에도 실제로는 참정권이 완전배제된채 이사장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감사의 기능 역시 사실상 무시된 가운데 이사회가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당시 기사총회에서 주장했다. 玄이사장은 千회장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한국기원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기사들의 권익이 지금처럼 침해될 경우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운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또다시 강경방침을 밝히자 곧바로 사퇴라는 강수를 내던졌다. 이에 대해 한국기원 鄭東植 사무국장은 " 법률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못한 기사회가 이사 선출과 기원운영 전반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임의친목단체로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면서 "BTV 부분도 확실한 근거가 없는 억측에 지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동양그룹 金大仁 전무이사는 "이사장직 사퇴는 그룹의 해외사업 확장으로 玄회장이 국내업무에 전념키 어려운 데 따른 것일뿐"이라고 애써 태연해 하면서도 "지난 4년간 그룹차원에서 음으로 양으로 한국바둑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일부 기사들로부터 오해를 받아 섭섭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일부 기사들이 이사장직 사퇴 번복을 요청하고 있으나 회장은 그같은 의향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새로운 이사장체제가 출범해 한국기원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원은 지난 1975년 3월 기원운영을 둘러싸고 경영진과 기사들간의 분규가 발생, 기사들이 대한기원을 차려 딴살림을 차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이듬해 12월 다시 결합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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