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한 성취욕구 「부실」유발▼
「빨리빨리」라는 고질병이 심각하다. 몇년만에 신도시 하나가 들어선다. 도로에 나서면 과속과 난폭운전은 기본이다. 줄서면 손해고 새치기가 삶의 지혜처럼 되어 있다.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자는 폭탄주는 또 어떤가. 국회의원들은 몇분만에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킨다.
뭐든지 빨리빨리를 외쳐대니 무너지고 깨지는 것도 빨리빨리일 수밖에.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가 따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성급한 성취욕구는 곳곳에서 많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분야마다 부실 투성이가 돼버렸다.
고속도로에서는 사시사철 땜질공사가 계속된다. 순식간에 다리 하나를 세웠지만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강남의 초호화백화점도 폭삭 내려앉았다. 성급과 졸속으로 성취를 무너뜨린 셈이다. 만성질환처럼 번진 조급증에다 은폐와 책임회피까지 만연하니 어쩌면 좋은가.
예로부터 은근과 끈기를 미덕으로 여기던 우리가 왜 이리도 급해진걸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고 급할수록 돌아가던 민족이었다.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이 큰몫을 했다. 인성교육은 제쳐둔 채 성급한 결론과 빠른 성취만 노렸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중한 가치를 너무나 많이 잃었다.
(유니텔ID·songjino·mini7)
▼「경제기적」원동력…장점 많다▼
「한강의 기적」은 세계가 놀란 경제성장 신화다. 이를 성취한 바탕에는 「빨리빨리」 기질이 깔려 있다. 잘 살아보겠다는 목표를 향해 물불 안가리고 달려온 민족의 저력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병이라 하는가. 오히려 자긍심을 가질만한 일이다. 우리 민족 전래의 근면과 지혜가 잘 발휘된 결과로 보는 게 백번 옳다.
다행히 이만큼 일궈놨으니 다시금 돌아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전혀 비하할 일이 아니다. 도대체 빨리빨리가 왜 나쁜가. 이는 창의력과 순발력을 함축하는 표현이다. 오히려 가슴 뿌듯해야 할 기질이다.
물론 천천히 해도 괜찮은 일이 있다. 하지만 빨리빨리가 요구되는 일이 많다. 빨리빨리라고 해서 「신속」만 얘기하는 건 아니다. 「정확」도 포함된다.
우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제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특히 정보화가 지배하는 시대다. 신속을 강조하는 빨리빨리가 요구되는 시대다. 활용만 잘 한다면 더욱 큰 부를 일궈낼 수도 있다.흔히들 빨리빨리를 부실의 원인으로 단정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불상사는 이기주의에 물든 일부 인간들 때문이다. 자연치유되게 마련이다. 좋은 건 살리고 나쁜 점은 고쳐가는 게 도리다. 전체를 매도할 일이 아니다.
(유니텔ID·bhrhee·960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