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성폭행범 처벌강화를…피해여성 말못할 고민

  • 입력 1997년 1월 22일 20시 17분


올해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여학생이다. 나는 작년에 선생님으로 가장한 어떤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일을 당하고 난뒤 나의 정신적인 고통과 일상생활에서 겪는 괴로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선명해지는 기억에 시달리면서 이대로 가다간 미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고 또 말을 한다고 해서 성폭행하는 남자보다 당하는 여자에게 더 불리한 사회에서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정말 차라리 죽는게 내가 택해야 할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나의 급변한 표정을 이상히 여긴 어머니가 애정과 우려의 마음으로 묻는 바람에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신고해 봤자 치한을 잡는 것도 아니고 잡는다고 해서 나아질 것도 없으니 조용히 살자는 어머니의 말씀을 위로 삼아 겉으론 태연한 체 살아가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폭행을 당하고도 나처럼 이렇게 숨기면서 살고있기 때문에 못된 인간들이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뻔뻔스럽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너무 혐오스럽다. 부디 성폭력범에 대한 벌이 훨씬 강화되고 자신의 성욕구만을 채우기에 급급한 짐승같은 남자들이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비중있게 다루어져 더 이상 고통받는 여성들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광주의 한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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