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봄에 온 남자〈2〉
돌아보았을 때, 다가온 남자보다 강당 안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린 강당 안은 현수막만 휑뎅그렁하게 쳐져 있을 뿐 조금 전까지 사진을 찍던 사람들은 모두 그곳을 떠났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아직 안 내려간 모양이군요. 다들 내려갔는데』
커피를 뽑으며 남자가 물었다.
『예』
마른 보통 키에 서른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이 남자도 아저씨가 아니다. 남자의 얼굴 어느 구석에도 아저씨가 말한 지리멸렬의 우수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는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은 커피를 자판기 옆 쓰레기통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어디 상 받은 것 좀 봐요』
그녀는 덤덤한 얼굴로 남자에게 상패를 내밀었다.
『금상, 채. 서. 영…』
남자는 상패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울고 있는 것 같았어요. 뒷모습이』
『아니에요』
억지로 웃어보이긴 했지만 남자의 눈엔 그 모습도 쓸쓸하게 보였을 것이다.
『나는 서영양이 무척 투명할 줄 알았는데… 우리는 서로 아는 사이죠?』
남자가 상패를 돌려주며 말했다.
『그럼…』
그녀는 상패를 받으려고 내밀던 손을 멈추었다.
『맞아요. 나, 하석윤』
『……』
『실망했나요? 내가 그 사람이라서』
『아, 아니에요』
『아까부터 뒤에서 지켜봤어요. 그리고 마음 속으로 망설이다 다가온 거구요』
이럴 때 눈물이 나오면 더 부끄러워지고 만다는 걸 알면서도 기어이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그녀는 손을 올려 눈자위를 눌렀다.
『그간 편지 고마웠어요』
『저도요, 아저씨…』
『그리고 많이 미안했고』
그건 귀국한 다음 일에 대해서일 것이다. 정말 아저씨는 모른다. 내가 아저씨의 편지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글:이 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