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스튜어디스출신 조종사 이혜정씨

입력 1997-01-17 20:19수정 2009-09-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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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寅澈기자」 『96년 6월27일은 평생 잊지못할 제2의 생일입니다. 혼자 힘으로 활주로를 박차고 단독비행에 나섰을 때 시야가 탁 트이면서 뼈 속까지 시원하게 느껴지던 그 환희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스튜어디스로 일하다 조종사로 변신한 맹렬여성 이혜정씨(28). 이씨의 하늘과의 인연은 지난 91년 경희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승무원생활도 즐거웠지만 조종실쪽에 더 눈이 가기 시작했다. 기장 부기장 등에게 계기의 기능이나 작동방법 등을 꼬치꼬치 묻곤 해 『스튜어디스냐 조종사냐』는 말도 들었다. 어느날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시아나항공 제12기 조종훈련생 모집」. 그날부터 만나는 조종사마다 붙잡고 『여자도 뽑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 달라』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소문 덕분이었을까. 여자는 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는데 『일단 원서는 내보라』는 게 아닌가. 이어 영어 적성 인성 신체검사까지 10여차례의 피말리는 난문을 뚫고 95년 12월 합격통지서를 받아쥐었다. 그는 조종사의 필수조건인 미연방항공국(FAA)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동기생 15명과 함께 텍사스 사우스윈드항공학교에 입교했다. 공중에서 수백m 수직급강하등 곡기비행훈련 땐 수없이 토하는 등 힘들었지만 짜릿한 9개월이었다. 조종사는 결국 혼자 해내야 한다는 교훈을 깨달았다. 『2㎞상공에서 한쪽 엔진이 고장났을 땐 가족 얼굴을 다시 못보는 줄 알았습니다. 활강으로 간신히 비상착륙했지요. 그뒤부터는 겁나는 게 없더라고요』 혼자 비행계획을 짜 미국의 30여개 공항을 찾아 날아다니며 단발 쌍발 제트기종 2백50시간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첫 단독비행을 하고 난 뒤 교관과 동료들이 그의 비행복에 써준 사인은 이제 「가보 1호」. 지난 6일 귀국한 이씨는 요즘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시아나교육훈련원에서 또다시 강훈에 돌입했다. 4백여개가 넘는 조종석의 계기와 스위치는 기장이 지시만 하면 자동으로 손이 갈 수 있도록 암기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훈련과 국가자격시험을 거치면 11월경엔 제트기를 몰 수 있게 된다. 체력관리는 조종사의 생명이다. 3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승무원생활 4년동안 병가 한번 낸 적 없는 이씨는 만능 「스포츠우먼」. 수영 테니스 스키 골프 등 모두 수준급이고 매일 아침 1시간씩 운동을 한다. 이씨는 『사실 수백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조종사가 되고나니 모든 행동에 책임감이 앞선다』며 『꿈을 갖고 있는 여성들은 과감히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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