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마케팅]동물모델 『효과는 높지만 속썩여』

  • 입력 1997년 1월 13일 20시 44분


「李英伊기자」 「말귀 못 알아듣는 동물을 움직이게 하라」. 동물모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광고업계의 요즘 고민이다. 동물은 출연료가 유명배우에 비해 싸면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요즘같은 불황기에 제격인 모델. 그러나 「말 잘듣는」 동물모델을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동물보호론자들의 항의를 받기가 십상이다. 「서두르지 않지만 늘 한발 앞서가는 대우아파트」광고의 모델로 등장한 독일병정 투구모양의 거북은 이틀동안 2만자 이상(보통CF의 두배)의 필름을 소비하면서도 끝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은 「냉혈동물」. 제작사인 한컴의 제작진은 뒤에서 헤어드라이로 더운 바람을 쏘여 차가운 곳으로 전진하게 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했지만 양옆에서 내리쬐는 뜨거운 조명때문에 거북이 우왕좌왕하다 정신을 잃은 것. 제작진은 보이지 않는 낚싯줄로 묶어 앞으로 잡아끌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나 미국인 조련사가 반대해 거북을 깡통 위에 올려놓고 카메라를 움직여가며 거북이 전진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촬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찾아내 현지촬영한 이 거북은 하루 사용료가 2천달러에 불과했지만 조련사 인건비 등을 포함, 총 제작비가 3억원을 넘었고 제작기간도 3개월이나 걸렸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한국통신 011휴대전화 「사자편」광고에서는 사자가 제대로 잠을 자주지 않아 고생했다. 자동차 옆에서 사자가 조는 동안 탤런트 채시라와 권용운이 지나가는 장면에서 사자가 자꾸 눈을 뜨는 바람에 이틀동안 같은 장면만 수십번 반복해야 했다. 특히 사자는 잠을 잘 때 배가 보이도록 벌렁 눕기 때문에 자세를 교정하느라 미국인 조련사가 사자옆에 엎드려 함께 자는 시늉을 해야 했다. 사자는 먹는 욕심이 많아 주변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면 성을 내는데 처음에 이를 알지 못한 출연진들이 껌을 씹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편 모금융기관 광고를 찍던 거북 두마리가 뜨거운 조명 등 무리한 촬영에 견디다 못해 목숨을 잃는 등 힘든 촬영으로 동물모델이 세상을 뜨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화홈샤시 광고는 원래 미국에서 버펄로의 질주장면을 찍을 계획이었으나 버펄로가 보호동물로 지정돼 있는 바람에 「롱혼」이라는 미국들소로 급히 대체해 길 위에 시멘트를 뿌려가며 질주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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