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가 여권분실과 도난때문에 고민중이다. 신고된 분실과 도난만 하더라도 94년 1만9천여건, 95년 2만4천여건이던 게 작년에는 3만건을 넘어섰다. 하루 약 90개의 여권이 분실, 도난 신고된 셈이다. 여행자들은 현지 우리대사관에 분실신고만 하면 바로 재발급을 받을 수 있어 큰 불편이 없다지만 그 여권이 외국인들에 의해 불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다
▼방콕이나 홍콩 등 동남아에는 우리 여권을 노리는 범죄조직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인과 용모가 비슷한 중국 또는 동남아인들의 사진으로 감쪽같이 변조된 이 여권의 가격은 미화 1천달러에서 5천달러 수준. 물론 미국비자가 있는 여권이 최고 인기라고 한다. 단순히 밀매되는 외에도 테러분자나 북한측이 변조, 사용할 가능성도 적지않아 문제는 심각하다. 외무부는 여권을 잃어버리면 여행증명서를 만들어 주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여권재발급을 받는 경우와 여행증명서를 받는 경우의 차이다. 여행증명서는 여권을 잃어버린 나라에서 출국을 가능케 해 귀국시키는 1회용이다. 여권을 재발급받으면 나머지 일정을 계속할 수 있으나 여행증명서로는 다음 나라 여행에 지장이 있다. 그래서 여행자를 위한다면 당연히 여권을 재발급해 주는 편이 옳다. 그러나 여권을 잃어버린 사람은 책임이 없는가.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재발급받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간수를 소홀히 했다면 분실자의 책임도 크다
▼김포공항측에 따르면 주운 여권의 경우 뒷면에 주소 성명을 제대로 적어 놓은 사람이 거의 없다. 가까스로 주인을 찾아 연락해도 찾아가는 사람은 반도 안된다고 한다. 여권을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 소중함을 먼저 인식시켜야 한다. 상당기간이 지나야 재발급을 허용하는 등 불편을 주는 방법도 여권의 분실 도난을 줄이는 한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