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노트]고미석/「홀아비 게임」

  • 입력 1997년 1월 7일 17시 37분


『우리중에 아영이만 안경썼으니까, 아영이 홀아비』 『주헌이도 홀아비, 너만 조끼입었으니까』 새해 연휴때 집에 놀러온 꼬마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가 낯설게 들렸다. 우리 어릴땐 없던 놀이같아서 물어보니 요즘 아이들이 즐겨하는 「홀아비 게임」이라고 한다. 함께 놀이하는 그룹중 뭔가 다른 점을 가진 한 친구를 찾아내 「홀아비」로 부르며 그 이유를 대는 놀이다. 언뜻 관찰력과 연관된 놀이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까닭이든 굳이 다수와 구별되는 한 사람을 외톨이로 지목하는 게임방법이 꺼림칙했다. 아무리 애들 놀이라지만 자기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은 일단 경계하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못된 습성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다르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세계가 그만큼 다양하고 풍성해짐을 뜻한다. 그런데도 나와 다르다는 그 차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를 거부하고 배척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예전에 취재차 만난 뇌성마비 장애아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평생 단 한번도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는 데도 정상아를 기르는 학부모들이 단지 자기 아이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반에 배정되는 것을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태도를 보일때 무척 가슴아팠다』고 들려주었다. TV에서 얼마전 혼혈아에 대한 특집프로를 봤을 때도 이질적인 것을 못 참아내는 우리의 미성숙함이 새삼 아프게 느껴졌다. 십대초반 미국에 입양된 뒤 백인사회에서 훌륭하게 성장한 혼혈여성은 그렁그렁한 눈물을 담은 채 말했다. 『단지 생김새가 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그처럼 사람들이 내게 가혹하게 대해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세상천지 삶이 다 같을 수는 없다. 그러니 고향이 같고, 출신학교가 같다, 또 무엇무엇이 같다며 끝없는 세포분열처럼 나와 남을 구분하고 무리짓는 어른들의 「홀아비 게임」은 바뀌어야 한다. 편가르기를 계속하면 누구라도 언젠가는 외톨이로 남을테니까….「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꿈꾸며 어느 판화집에서 읽은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넷이 하나되려면 열심히 서로 넷이어야 합니다」 고 미 석<생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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