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종 칼럼]YS를 떠나려는 사람들

  • 입력 1997년 1월 3일 20시 38분


印名鎭(인명진)목사는 재야인권활동가들 중에서 누구보다도 YS(金泳三·김영삼)를 지지했던 사람이다. 그는 소신으로 문민정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노개위 행정쇄신위 부정부패방지위 세계화추진위 등 YS정부의 각종 개혁위에도 참여했다. 그가 지난해 12월29일 한 교회설교에서 한 말이다. 『…수십년동안 노동자를 위해 거리에서 싸웠고, 문민정부출범에 적극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노동법 날치기처리사태를 보고 마음이 참담하다. 노개위를 그만 둔 분들이나 항의집회에 가는 사람들이 차라리 부럽다. 배신감도 들고 좌절감도 들지만 내가 이 정권의 개혁에 참여한 만큼 나는 내 스스로에게 데모하고 돌팔매질하는 심경으로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 ▼ 개혁 후퇴 낭패감 만연 ▼ 요즈음 문민정부 출범을 도왔던 시민세력 가운데서, 또한 YS의 「개혁정치」에 참여했던 이들 중에서 YS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다. 한 민권 변호사는 『내가 뽑은 문민정권이기 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는데 차라리 잘됐다. 민주화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겠다』며 돌아섰다. 인목사처럼 차마 떠날 수 없어 문민정권의 끝을 하염없이 부여잡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대안은 없다. 노동법 파동 속의 민심은 심각하다. YS식 「개혁」과 통치방식에서 권위주의때보다 더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았고, 문민정권의 한계를 느낀 국민들은 낭패감에 젖었다. 돌이켜보면 문민정부의 개혁은 초기부터 빗나갔다. 김대통령은 92년 대선때 안정지향의 보수중산층을 주요지지기반으로 하여 당선됐다. 김정권이 처음부터 그같은 민의를 수렴해 정책운영과 인사를 했더라면 경제 노동 통일정책에서 지금처럼 혼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대통령은 출범때 李仁濟(이인제)노동장관을 기용하여 무노동부분임금 등 노동계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는 혁신적 노동정책을 펴기도 했으나, 이제 임기 1년을 남기고 재계의 주장을 대폭수용하는 새 노사관계 정립에 나섰다. 노동계로서는 「설상가상」이요, 재계는 재계대로 「만시지탄」이다. 어느 쪽도 불만이다. 일관성없는 정책은 안기부법개정에서도 드러난다. 현정부 초기의 대북한정책은 韓完相(한완상)통일원장관의 기용에서 보여주듯 진보적 색채가 짙었다. 이제 김대통령은 잠수함침투와 한총련사태같은 뜨거운 경험을 치르고서야 자신이 풀어놓았던 안기부법을 다시 죄고 있다. 시행착오를 고치는데 4년이 걸렸다. 서슬 퍼렇던 사정개혁에 이르러서는 『개혁을 욕되게 했다』는 비판마저 뒤따른다. 많은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인사들이 권력형 부정비리혐의로 구속된 뒤 3년안팎에 대부분 사면 복권으로 풀려났고 그중 일부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부정부패 척결 의지는 퇴색하고 오히려 범법의 면역만 길러주는 꼴이 되었다. 이제 다음 정권이 「개혁」을 한다 해도 국민 누가 믿겠는가. 김정권의 개혁 작업이 국민을 무시하고 원칙을 우습게 여기는 권위주의 통치의 답습이라면 구태여 문민정부라고 부를 이유를 찾지 못한다. ▼ 국민을 「援軍」으로 여겨야 ▼ 이번 개정노동법이 경제회생의 불가피한 극약처방이라는 점은 노사양측에, 또한 일반국민들에게도 상당히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절차의 오만불손」을 따지기보다 노사협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노사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정책을 바꿀때는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해 정부와 재계가 실정과 실책을 솔직히 인정하고 근로자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오는 7일의 연두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협조를 요청하여 국민을 개혁의 원군으로 끌어들이는 겸허한 노력이 요망된다. 정말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 정 구 종(출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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