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正初 강추위,봄을 예비하는 몸짓인가

  • 입력 1997년 1월 2일 20시 02분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축년(丁丑年) 정초를 강타한 폭설과 한파는 그렇지 않아도 썰렁한 서민들의 새해맞이를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새해 첫날 첫눈을 흔히 서설(瑞雪)이라고 하는 것은 새하얀 눈이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뒤덮어버리듯 새해가 밝게 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올 첫눈은 강풍에 한파까지 겹쳐 서설답지가 않다 ▼폭풍 폭설에 의한 사건 사고도 잇달았다. 배가 난파하고 등산객이 조난당하고 송전철탑이 무너지고 항공기와 연안여객선이 결항하거나 운항이 지연됐다.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사고로 주민들이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각계 지도자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부푼 희망보다는 올해의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신년사를 내고 있어 신년 추위가 더 춥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유럽지역에도 혹한이 휩쓸어 추위로 인한 사망자가 1백6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다. 폴란드에서는 수은주가 섭씨 영하 37도까지 떨어지고 러시아 남부 산악지대에서는 눈사태로 여행객 3백여명이 6일동안 터널에 갇혔다가 구출되기도 했다. 북극 한파는 미국과 캐나다로까지 이어져 캐나다 서부지역에는 70년래 최악의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동장군(冬將軍)의 까닭모를 심술이 두렵다 ▼그러나 자연의 운행은 자연 나름의 절도를 따르는 것일까. 이번 추위도 내주부터는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다. 근래의 잦은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는 인간들의 자연파괴에도 일부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런 추측에 따르면 기상이변은 어쩌면 자연의 자기회복운동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이번 강풍과 추위도 따뜻한 봄을 예비하는 자연의 몸짓이라고 생각하면 추위 나기가 한결 가벼워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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