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속초,사라진 만남의 장소 「서울약방」

  • 입력 1996년 12월 26일 08시 16분


「속초〓慶仁秀기자」 『서울약방 앞에서 만납시다』 지난 56년부터 강원 속초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아 많은 사람들의 약속 장소로 애용돼온 서울약방(대표 洪泰憲·홍태헌·72)이 숱한 사연을 간직한채 25일 문을 닫았다. 38선 이북에 놓인 실향민의 도시 속초시는 6.25 이후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과 상점들의 개 폐업이 이어져 약속장소를 정하기가 어려웠던 곳. 이런 가운데 시내 금호동 중앙시장 입구 서울약방은 40년동안 한자리를 지킨 탓에 사람들의 약속장소로 사랑을 받았다. 홍씨가 서울약방을 차린 것은 56년. 함남 영흥 출신인 홍씨는 일제시대 원산 고려병원 약제과에 근무하다 6.25때 월남, 52년 속초시 1호로 약종상 허가를 받은후 약방을 차렸다. 서울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서울역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듯 속초에서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서울약방앞은 단연 약속장소로 으뜸이었다. 시민들은 『서울약방앞은 이북에서 피란나온 가족과 친지들이 만나는 상봉장소이자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기쁨과 슬픔의 장소였다』며 폐업을 아쉬워하고 있다. 홍씨는 약방을 폐업하면서 이 장소를 맏아들에게 넘겨줬고 맏아들 喆洙(철수·43)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서독약국을 이곳으로 옮겨 이날 개업했다. 홍씨는 『40여년간 시민들의 건강과 사연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며 『아들에게도 시민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성실하게 대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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