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국수전 4연패 李昌鎬9단…盤上의「왕중왕」 재확인

  • 입력 1996년 12월 22일 15시 47분


李昌鎬(이창호)는 이시대 한국바둑의 대명사가 되었다. 십수년전 어느날 갑자기 바둑신동으로 나타나 이제 세계바둑을 지배하는 「왕중왕」으로 컸다. 스물한살의 이 청년이 두는 바둑의 깊이를 헤아리는 사람은 아직 「지구」에 없다. 세계의 프로기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연구와 해부의 대상으로 삼은지 오래지만 아무도 그의 적이 되지 못하고 무너질 뿐이다. 이번 국수전에서도 2패후의 3연승. 마치 「스승을 이겨내는 것이 제자된 보답」이라는 듯이 국수위를 지켰다. 지난 90년2월 극적인 역전승(최고위전)을 끌어냈던 것과 아주 비슷하다. 스승인 曺薰鉉(조훈현)9단에게 2패를 선물하듯 던져놓고 3연승을 거둔 저력, 그리고 그 특유의 깊고 어두운 바둑세계의 끝은 어디일까. 이국수에 대한 찬사를 열거하는 것은 지루할 정도다. 「외계인」 「바둑신(神)의 환생」 「신산(神算)」 「강태공」 「3중허리」 「두꺼비」 「애늙은이」 등. 그러나 바둑판 앞을 떠나면 평범한 신세대 청년일 뿐이다. 수줍음 타고 전자오락을 즐기고 자장면을 좋아하는…. 이국수는 올해들어 세계정복의 야심을 꿈꾼 듯하다. 이미 최연소 타이틀 획득(90년·15세), 최연소 세계대회 우승(92년 동양증권배·17세), 국내 16개 기전 석권(94년·19세), 최연소 9단 승단(96년·21세) 등 국내에서 이룰 것은 모두 이룬 터다. 그는 연초부터 동양증권배 아시아TV바둑선수권 후지쓰배 세계바둑최강결정전 진로배 등 5개 국제기전을 휩쓸며 진군했다. 반면 스승인 조9단에게 기왕 패왕 BC카드배 등 국내기전 3개를 잇따라 빼앗겨 『이국수가 국내를 포기하고 세계를 노린다』는 관측도 낳았다. 후반기들어 劉昌赫(유창혁)이라는 「천적」에게 응씨배 삼성화재배 결승 문턱에서 연타를 맞고 흔들렸다. 허탈해진 탓인지 이국수는 이후 평범한 국내 기전에서 6번이나 연패의 늪을 헤맸다. 『드디어 이창호에게 슬럼프가 왔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바둑 최고(最古)전통의 국수위를 굳게 지키며 슬럼프를 완전히 떨쳐 버렸다. 그의 가장 무서운 무기인 평상심(平常心)을 되찾은 것이다. 「세계가 이창호를 배우는 시대」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崔壽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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