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아이들에게 방학을 『알찬 기억으로』

  • 입력 1996년 12월 18일 20시 48분


▼전국 초중고교가 이번주 후반부터 학교별로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학생들은 묶여있던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각자 즐겁고 다양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부모가 넉넉한 마음을 갖는다면 아침에 늦잠을 자도 되고 친구들과 실컷 놀 수도 있다. 보고싶은 친척집 방문, 여행은 물론 독서와 스키 스케이트 볼링 등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반면 학부모들은 방학이 다가오면 걱정이 앞선다. 옛날처럼 아이들을 거의 혼자 방치해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방학동안의 계획을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겨줘야 움직이는 아이가 많다. 게다가 아이들의 방학생활을 매사 돈으로 해결하려는 일부 학부모의 그릇된 풍조가 지나친 돈쓰기 경쟁을 부추긴다. 몇백만원씩 들여 해외 어학연수를 보내는 것이 대표적 예다 ▼방학동안에 아이들을 보충학습에만 묶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급학교 입시를 앞둔 학생은 공부에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역시 어느 정도의 해방은 필요하다. 문제는 돈을 써야 아이들의 방학을 보람있고 즐겁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 일부 학부모의 잘못된 생각이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는 교육적인 일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들의 의기(意氣)를 높여주기 위한 해외 어학연수나 스키여행 등만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올겨울에는 극심한 불경기로 부모들의 주머니가 얇아져 더욱 걱정이다. 보너스다 성과급이다 해서 월급봉투가 두둑하던 예년 연말처럼 아이들에게 기분을 낼 수도 없다. 그럴수록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각종 사업체들은 부모들의 주머니를 열려고 안간힘이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아이들을 잔뜩 들뜨게 하는 계획보다 돈을 안들이고도 알차고 교육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내는 지혜를 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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