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초등교서 『영어동화 외워라』…아이들 부담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4분


아이가 대전시의 한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중이다. 올들어 학교에서 두세달에 한번씩 「백설공주」 「미운오리새끼」 「인어공주」를 영어로 외워 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처음에는 아이도 흥미로운 듯 열심히 외우려고 해 뒷바라지를 했다. 그런데 11월 중순 어느날 아이가 새파랗게 긴장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이유는 말경에 장학사님이 암기한 학생을 확인하러 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담임이 수업도 전폐하고 영어암기만 하루 종일 시키는데 못 외우면 벌서고 매맞고 꾸중듣고 여러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고 한다. 국제화 정보화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모국어도 제대로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외국어를 전공하지도 않은 교사가 고작 녹음 테이프에 의존해 암기위주의 교육을 강행한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학생들의 희망 흥미 능력 취미도 무시한 채 영어동화를 암기시키는 교육은 싫증을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올까 염려된다. 전공교사가 희망자에 한해서 가르쳐야 효율적일텐데 모든 학생을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 듯이 교육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교육을 장학사가 꼭 확인해야 하는가. 들리는 말로는 반 학생의 90%이상 외우게 한 교사를 포상한다는데 어린이를 많이 괴롭힌 교사가 우대받는 결과가 되지는 않는지 염려된다. 한 혜 진(가명·대전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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