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작년말 맨홀추락 10일만에 구조 조성철씨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朴賢眞기자」 『올해 망년회에는 술 좀 작작 마시세요. 저같이 하수구 맨홀에 빠지지 않으려면요』 지난해 12월28일 망년회를 끝낸 뒤 만취상태에서 맨홀구멍에 빠졌다가 10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되었던 조성철씨(52). 동진컨설팅 전문위원인 그는 그날 직원들과 서초구 방배동 한 중국집에서 망년회를 가졌다. 식사 전부터 고량주 맥주 소주 등 온갖 종류의 술이 돌았다. 『원래 권하는 술을 거절하지 못해요. 빈 속에 주는대로 모두 받아 마셨죠』 소주2병의 주량이지만 이날 그는 많이 취했다. 덕분에 밤10시경 음식점을 나선 이후 어떻게 맨홀에 빠졌는지 아직도 기억을 못한다. 구조된 뒤 치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는 크게 보도된 기사를 보고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한다. 후유증도 오래 갔다. 몸의 상처는 쉽게 아물었지만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정부에서 이렇다 할 보상도 받지 못했다. 맨홀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서초구청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결과는 기각. 『구청측의 얘기가 제가 빠져 나온 맨홀은 관내에 있는 게 확실하지만 사고가 난 맨홀은 서초구인지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거예요. 하긴 제가 기억을 못하니…』 가정에도 악재가 찾아와 지난 8월 부인이 평소 앓던 지병으로 숨졌다. 두달 뒤엔 어머니까지 세상을 떴다. 『드러내진 않았지만 제 사고로 충격을 받아 병이 악화되었을지 모른다는 죄책감이 들어요. 저는 살았지만 잇달아 장례를 치르니 정신이 없더군요』 그러나 그는 지난 5월 복직, 업무만큼은 빈틈없이 수행중이다. 하지만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밤길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고 위치를 옮길 때마다 가족들에게 알린다. 술도 아예 끊었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망년회를 치러야 한다. 액땜을 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다. 다섯번중 이미 두번을 치렀다. 그러나 권하는 술잔은 모두 뿌리쳤다. 술은 이제 보기도 싫다. 『음주문화가 바뀌어야죠. 주량껏 마시면 되는데 술잔 돌리는 게 문제예요. 그런데 저처럼 한번 크게 당하지 않고는 쉽게 못 바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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