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산이 구멍낸 입시관리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대학입시의 전형자료로 사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 전산자료에 오류가 많이 생겨 대학입시관리에 큰 허점이 드러나면서 혼란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이른 시일내 전산자료를 재작성해 각 대학에 배포키로 했으나 새 자료는 100% 믿어도 되는 것인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97학년도 입시에 처음 적용되는 약칭 학생부로 불리는 이 제도가 출발부터 공신력에 흠집을 안게 됨으로써 또다시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일부 고교에서 애초에 재적학생수 석차백분율 출석 및 결석상황 봉사활동시간 등을 컴퓨터에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생겼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학생부 제도 자체에도 원인이 있다. 지난 1학기 내내 학생부 제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교육부가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절대평가도 상대평가도 아닌 어정쩡한 제도로 결말을 내면서 내신성적 산출방식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각 고교가 내신성적 산출을 위해 부랴부랴 졸업고사를 치르고 같은달 24일까지 컴퓨터입력을 끝내느라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때문에 일선 고교에서는 일손이 달려 입력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확인조차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다행히 일부 대학과 고교에서 오류를 사전에 발견, 교육부에 알려 아직 억울한 수험생이 나오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교육부의 파악으로는 전국 1천8백여 고교중 70여개교에서 입력잘못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주로 학교 스스로 잘못이 있었음을 보고해온 것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더이상 없다는 보장이 없다. 우선 15,16일중 합격자를 발표하게 돼있는 특차모집대학이 문제다. 가뜩이나 빠듯한 일정에 전산자료와 수험생이 원서와 함께 제출한 학생부 사본을 일일이 대조, 확인하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특차모집은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런대로 지날 수 있다 치더라도 오는 26일부터 시작될 정시(定時)모집 때는 합격자 사정(査定)작업에 큰 부담이 예상된다. 정시모집 이전에 69만명에 달하는 수험생의 내신성적 전산자료에 대해 전국 고교가 밤을 새워서라도 다시 철저한 확인작업을 해야 한다. 단 한명이라도 컴퓨터입력잘못 때문에 억울하게 낙방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특히 각 대학은 교육부가 새 전산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뒤에도 학생부 사본과의 대조작업을 완벽하게 해 수험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전산자료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대학입시관리 전체가 불신을 받게 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내년부터는 일선 고교는 물론 교육부와 각 대학이 전산자료의 정확성 여부를 몇번이고 충분히 재점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부터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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