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32)

  • 입력 1996년 12월 3일 19시 59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22〉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계속해서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자는 어쩔 줄을 모르며 내 몸을 걱정하다가 말했습니다. 「여보세요, 제발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자, 얼굴을 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보세요.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건 당신 얼굴에 씌어져 있어요」 「오,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세요」 나는 침상에 얼굴을 묻은 채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제가 싫어졌는가 보죠? 예전과는 전혀 달라졌어요」 저녁 때가 되어 여자는 음식을 차려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말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두구료」 왼손으로 음식을 먹는 내 꼴을 차마 그녀에게 보일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러자 그녀는 다시 말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줘요. 왜 그렇게 침울한 얼굴을 하고 계시죠?」 「때가 되면 모두 이야기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구료」 그러자 여자는 술잔에 술을 따라 내밀며 말했습니다. 「자, 드세요. 슬픈 마음도 풀릴 테니까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내 이야길 꼭 들어야겠소?」 「예, 꼭 듣고 싶어요」 「좋소. 굳이 듣고 싶다면 술을 좀 주시오」 나는 이렇게 말하며 그녀가 내밀고 있는 술잔을 왼손으로 받아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새된 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왜 눈물을 흘리시죠? 당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아요. 왼손으로 술잔을 들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요?」 「종기가 나서 그럴 뿐이에요」 「그렇다면 어디 봐요. 째 드릴 테니까요」 「째기는 아직 일러요. 이젠 아무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정말이지 당신에겐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미친 듯이 술을 마셔댔고, 여자는 쉼없이 권했습니다. 그녀는 나를 취하게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나는 술에 취해 앉은 채로 잠들어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러자 여자는 내 오른손에 감긴 붕대를 풀어보고 오른손이 잘려나간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것을 본 그녀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기절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잠시 후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그녀는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는 내 몸을 샅샅이 뒤진끝에 금화가 든 지갑과 누더기에 싼 잘린 손까지도 찾아내고야 말았답니다. 그녀는 내 몸을 걱정하여 날이 샐 때까지 한탄하였답니다. 그녀는 네 마리의 닭고기로 수프를 만들어 두었다가 내가 눈을 뜨기를 기다려 내왔습니다. 나는 식사를 할 기분이 전혀 아니었지만 그녀가 너무나 완강히 권하는 바람에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나는 돈지갑을 꺼내 두고 밖으로 나오려 했습니다. 그때 그녀는 내 옷자락을 부여잡았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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