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30)

  • 입력 1996년 12월 1일 19시 56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20〉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 기병을 돌아보았습니다. 기병의 가슴패기에는 초록색 비단 끈이 늘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지갑의 끈이 틀림없었습니다. 인파는 더욱 붐비고 있었고 때마침 나무를 실은 낙타 한 마리가 지나가게 되자 주변에는 일대 혼잡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그 틈에 나는, 무슨 악마에 씌었던지, 그 초록색 비단 지갑을 뽑아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때 짤랑 하는 돈 소리가 났습니다. 돈 소리에 놀란 기병은 재빨리 자신의 가슴패기를 더듬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잡히는 것이 없자 그는 내 쪽으로 획 돌아서더니 다짜고짜 철퇴로 내 머리를 후려쳤습니다. 철퇴의 일격을 받은 내가 땅바닥에 픽 고꾸라졌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내가 땅에 쓰러지자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기병의 멱살을 움켜잡고는 외쳤습니다. 「좀 떠다밀었기로소니 사람을 이렇게 심하게 때리다니!」 그러자 기병도 소리쳤습니다. 「이놈은 도둑이란 말이요!」 그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어 나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더욱 거세게 말했습니다. 「아니, 이건 아주 귀여운 젊은이가 아닌가. 이런 젊은이가 남의 물건을 훔칠 리가 없어」 이렇게 되니 기병은 말문이 막혀버렸고 사람들은 더욱 거세게 항의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나는 기병의 손에서 거의 풀려날 판이 되어가고 있었답니다. 그러나 운수 사납게도 바로 그때 총독이 경비병들을 거느리고 쓰와이라 개선문을 빠져나와 지나가다가 나와 기병을 돌아보고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고 말았답니다. 「무슨 일이냐」 총독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기병은 구원병이라도 만난 듯한 표정이 되어 말했습니다. 「오, 총독님. 알라께 맹세코, 이 놈은 도둑놈입니다. 제 호주머니에는 금화 스무닢이 든 초록색 비단 지갑이 들어있었습니다만 사람들이 밀치고 닥치는 틈에 이 놈이 훔쳐갔습니다」 「증인이 있는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자 총독은 경비대장을 불러 나를 체포하게 하였습니다. 신의 가호도 나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옷을 벗겨라!」 총독은 대뜸 이렇게 명령했고 그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경비병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내 옷을 벗겼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져 문제의 그 지갑을 찾아내었습니다. 총독은 그 지갑의 돈을 세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병이 말한 대로 금화 이십 디나르가 들어있었습니다. 화가 난 총독은 나를 자기 앞으로 끌고오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굽어보며 호통을 쳤습니다. 「바른대로 실토하라. 이 지갑은 훔친 것이지?」 나는 꼼짝할 수 없는 궁지로 몰리고 만 것입니다. 아니라고 말하면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이었습니다』 <글:하 일 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