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스케치]KBS「민원25시」-엉뚱한 민원많아 곤욕

  • 입력 1996년 12월 1일 19시 51분


「琴東根기자」 『우리 집 위층에 술집에 다니는 여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생활에 지장도 많고 아이들 교육상 피해가 많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정상적으로는 그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환각제를 복용한 것 같습니다. 경찰에 신고해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달초 KBS1 「민원25시」(금 밤10.20) 제작진 앞으로 「위층 여자들의 괴성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라는 제목 아래 이같은 내용의 사연이 도착했다. 「민원…」 제작진은 이 사연을 소재로 택할 수 없었다. 사생활에 관한 문제일 뿐 아니라 방송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민원…」은 사람들의 억울한 사연을 접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지난달 문을 연 프로그램. 접수된 민원 가운데 주로 행정적인 문제가 소재로 채택된다. 제작진은 『하나의 민원을 해결함으로써 비슷한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이 될만한 민원을 채택한다』고 말한다. 특히 행정관청 담당자들이 「해줘도 그만, 안해줘도 그만」이라는 태도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문제를 우선 택한다는 것. 하지만 시청자들은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엉뚱」하기까지 한 사연을 무차별적으로 보내오고 있다. 접수되는 민원은 하루 15건 가량. 얼마전에는 『문화재를 국보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정부기관이 심각한 판단착오를 했다』며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을 국보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KBS를 고발하는 민원이 배달돼 제작진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축구광이라는 한 시청자는 『평소 야구 때문에 축구중계가 안되는 것도 서러운데 중계가 되는 날도 중계수준이 낮아 정말 화가 난다』는 사연을 보내왔다. 이 시청자는 구체적으로 『카메라가 좀 더 높은데서 전체 장면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같이 다소 엉뚱한 소재외에도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사안은 법에 의한 결정이 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들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소재로 채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불이익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그 대표적인 예. 이처럼 민원채택 과정에서부터 고충을 겪고 있는 「민원25시」제작진의 한 연출자는 『TV가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민원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며 『민원을 보낼 때는 방송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인지 한번 생각해본 뒤 행동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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