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23)

  • 입력 1996년 11월 24일 20시 14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13〉 오른손이 없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얼굴을 보여달라고 했던 나의 그 다소 무례한 부탁에 그녀는 처음 한순간 망설이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자신의 베일을 걷어올렸습니다. 그러자 베일 속에 감추어져 있던 물방울처럼 맑고 영롱하고 그리고 청초한 젊은 여자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나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보자 천번이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은 그만 사랑의 노예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잠시 후 여자는 베일을 내리고 천을 집어들면서 말했습니다. 「당신을 다시 보지 못한다면 제 마음은 쓸쓸해질 거예요」 이 말을 남기고 여자는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나는 오후 기도 시간이 될 때까지 교역소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녀를 향한 연정을 못이겨 나는 체면도 잊은 채 그 여자에 대하여 상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여자는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태수의 딸이랍니다. 굉장히 많은 유산을 상속받았지요」 상인은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저녁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슴이 막혀 음식도 먹을 수 없었고 잠도 잘 수 없었습니다. 머리속에는 온통 그 여자에 대한 생각, 그녀의 그 아름다운 눈과 목소리, 천을 매만져보고 있던 그녀의 하얀 손, 살며시 베일을 걷어올렸을 때 내가 본 갓 피어난 꽃과 같이 어여쁜 얼굴, 그 우아한 자태가 끊임없이 눈 앞에 어른거렸던 것입니다. 정말이지 그녀의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나의 기구한 운명은 결정되고 말았던 것입니다.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포도주 한잔을 마신 나는 어제 그 상인의 가게로 가 상인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넋이 빠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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