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도 제도개선안 내라

  • 입력 1996년 11월 11일 20시 26분


국회 제도개선특위 활동이 잘못돼 가는 느낌이다. 11일 전체회의에서 정치관계법 검경중립화법 방송관계법 등 3개 소위원회의 운영방안에 합의했지만 야권(野圈)이 제출한 법안만을 토대로 심의한다니 여당이 공정성시비가 있는 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정말로 있는지 의심스럽다. 빠른 시일내에 제대로 된 개선안을 마련하려면 여당도 나름의 안(案)을 내놓고 실질토의에 들어가야 옳다. 여당으로서는 애초 만들기 싫은 특위를 야당 주장에 밀려 구성한 만큼 야당안부터 심의하자는 생각인지 모른다. 그런 생각은 옳지 않다. 경위야 어떻든 특위구성에 합의했고 원내총무들이 11월말까지 법안을 만들기로 약속했으니 그 합의는 지켜야 한다. 자신의 안도 내놓지 않고 제도개선을 논의하자는 여당의 태도는 떳떳하지 못하다. 물론 특위가 본격적인 심의활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제도개선과 예산안 처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비준안을 연계할 듯 엄포를 놓은 야당들에도 책임이 있다. 분명히 별개로 다뤄야 할 문제를 한무더기로 묶어 처리하자는 주장이 제도개선에 미온적인 여당에 구실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해도 야당뿐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정치하는 집권당이라면 당당하게 개선안부터 내놓고 협의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겨우 운영일정에 합의한 특위는 그간 다섯번의 공청회를 통해 현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이를 뚜렷이 드러냈다. 야당측은 이미 제출한 법안대로의 개선을 거듭 주장했고 여당은 대부분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법안은 안냈지만 제도개선과 관련한 여당 입장은 대강 알 만하다. 대안도 없이 우물쭈물 특위를 운영하려 하다가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점을 여당은 깨달아야 한다. 특위가 다룰 법안들은 정치개혁을 위해 꼭 짚어야 할 문제들이다. 金泳三정부가 강조한 개혁의 마무리작업이 될 수도 있는 사안들이다. 야당에 앞서 선제활동을 폈더라면 또 다른 업적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여당은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