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전, 조각­공예로 만나는 「초현실 달리」

입력 1996-11-05 20:28수정 2009-09-2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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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정은영기자」 살바도르 달리(1904∼89)에게는 어떤 직업명을 부여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대표적인 초현실주의화가」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로마 포폴로광장 산타마리아교회내의 유서깊은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달리작품전시회는 「화가 달리」라는 통속적인 해석에 의문을 품게 한다. 이 전시장에서는 조각가 금속공예가로서 달리가 남긴 작품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지난 3월부터 시작돼 로마시민은 물론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달리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지는 「녹아흐르는 시계」. 그러나 이 시계는 캔버스에 그려진 것이 아니라 청동으로 만들어져 청동나뭇가지위에 걸려있다. 그의 대표적 회화인 「기억의 집념」(31년작)속에 그려진 시계보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시계의 흐늘거림은 더욱 생생하다. 그가 수채화나 석판화로 즐겨 다루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청동상으로 세워져있다. 줄넘기를 하는 「앨리스」에서는 달리가 회화에서 표현했던 것처럼 「성숙한 여인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에로틱한 면과 어린아이같은 앨리스의 이중성」이 구현됐다. 전시장에는 달리가 수채화로 그린 말들과 이 말들의 청동소조, 달리가 디자인한 독특한 모양의 보석들이 수채물감으로 그린 「라 퐁텐의 우화」 「돈키호테」 「데카메론」 연작들과 함께 전시됐다. 달리는 초현실주의의 대가로 알려졌지만 역설적이게도 34년 파리초현실주의그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초현실주의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그림뿐만 아니라 조소 행위미술 보석세공 영화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기 나름의 방법을 구현했던 달리의 창작태도가 「정통」 초현실주의자들의 입장과는 맞지 않았던 것. 제명 이후 더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창작에 몰입했던 달리는 『나의 소명은 소재가 무엇이든 초현실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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