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獨 콜총리 「유럽황제 콜」로 발돋움

  • 입력 1996년 11월 1일 20시 28분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1973년 당시 야당인 서독 기독교민주당(CDU)의 당수가 됐다. 콜이 CDU를 이끌고 처음 치른 76년 총선에서 패배했을 때 프란츠 스트라우스 바바리아주(州)총리는 이렇게 빈정거렸다. 『콜은 절대로 총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콜은 90세쯤 돼서 「총리후보로 40년」이란 회고록이나 쓸 수 있을 것이다』 ▼콜은 키가 1m90이 넘고 몸집이 우람하게 크다.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사학(史學)박사 학위를 갖고 있지만 전임자인 사회민주당(SPD)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의 이지적이며 날카로운 면모와는 아예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빌리 브란트 총리가 보여준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에 관한 농담집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콜은 82년 슈미트총리의 연립정권이 붕괴되면서 전격적으로 총리직에 올랐다 ▼그때 동료 정치가들은 그가 단명(短命)의 총리로 끝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콜은 지난 10월말로 콘라트 아데나워 초대 서독총리가 세운 14년 1개월의 집권기록을 깨면서 2차대전후 최장수 총리가 됐다. 네차례의 총선에서 승리했고 서방 선진7개국 정상회담에서는 3명의 미국대통령, 8명의 일본총리와 악수를 나눴다. 또 4명의 러시아 지도자와 만났다 ▼콜은 특유의 현실주의를 바탕으로 유럽통합을 주도, 독일을 유럽의 중심국가로 발전시켰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기민성과 강인한 뚝심으로 아무도 예상치못한 독일의 평화통일을 이룩해 냈다. 콜은 98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현대독일을 건설한 철혈(鐵血)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19년 장기집권기록을 경신한다. 콜은 독일의 「영원한 총리」에 머물지 않고 근착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제목을 붙인 것처럼 「유럽황제 콜」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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