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음악가 부부의 4살아들

  • 입력 1996년 11월 1일 20시 26분


「尹景恩기자」 올해 네살인 성민이(서울 영등포구 당산동)는 음악성이 풍부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직 어려 두고봐야 할테지만 김건모의 「스피드」를 한번 듣고 흥얼거리거나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에 캐스터네츠로 딱딱 박자를 맞추거나 뭔가 남다르다는 얘기다. 성민이의 이런 재능은 순전히 음악을 하는 부모의 노력과 관심 덕이다. 아버지는 오는 7일 예술의 전당에서 세번째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진용재씨(36). 어머니 장윤정씨(33)도 성악을 전공한 음악가 집안이다. 진씨는 아들을 낳으면 음악가로 키우겠다는 결심을 일찌감치 한 터라 성민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음악의 싹을 심어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성민이가 태어난 곳은 부모가 5년째 유학을 하고 있던 음악의 도시 빈. 『남편은 좋은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방송은 꼭 시간을 메모했다가 한밤중에라도 벌떡 일어나 녹음을 해놓곤 했어요. 태교음악으로 쓰기 위해서였죠. 피아노를 연습할 때면 뱃속의 아이도 들을 거라며 저더러 옆에서 함께 악보를 읽으라고 했구요』 빈의 아름다운 자연도 태교에 한몫 했다. 몇 발짝만 나서도 새소리 바람소리가 끊이지 않는 널찍한 숲이 펼쳐져 있었던 것. 그래서인지 성민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여러가지 소리들에 무척 민감했다. 커피물 끓이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는가 하면 장난감블록이 담긴 통을 한꺼번에 쏟으면 시끄러울까봐 하나하나 꺼내어 놀았다. 부모는 집안에서 클래식음악을 하루종일 틀어놓았다. 아빠의 피아노 연주 비디오도 자주 보여주고 엄마의 교회성가대 연습에도 데리고 다녔다. TV를 볼 때면 화면보다는 배경음악에 귀를 기울여 『저건 무슨 악기소리지?』라고 항상 물어봤다. 『여러가지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게 중요해요. 귀가 트이고 음정을 파악하기도 전에 피아노 앞에 끌어다 앉혀봤자 소용이 없죠. 대부분의 엄마들이 임신 때만 태교를 한다며 잠깐 음악을 들려줬다가 갑자기 피아노를 시키는데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음악의 바탕을 마련해줘야 해요』 성민이도 아직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박자와 「도레미파솔」정도를 배워오는 게 전부. 부모는 유치원에서 배운걸 쳐보라는 식의 채근을 하지 않는다. 성민이 혼자 신이 나 피아노 앞에 앉아 아빠처럼 폼을 잡거나 「엄마」 「아빠」 다음으로 배운 「피아노」라는 글자와 색색의 음표를 스케치북에 잔뜩 그리며 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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