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4년생이 겪은 채용박람회장의 줄서기

입력 1996-10-24 20:29수정 2009-09-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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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錫씨(24·강릉대 전자공학과4년)는 올해 취업전쟁에 뛰어든 27만여명(대졸예정자 및 졸업자)중 한명이다. 그중 17만명 이상이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신문기사를 볼 때면 「나도 혹시」라는 생각에 마음이 졸아든다. 그는 올들어 헌혈을 네번했고 다음달에 한번 더 할 생각이다. 기업의 사원채용 평가항목중 사회봉사활동부문에서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취업희망생들이평소에하지 않던 헌혈에 열중이고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동아리들이 난데없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그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崔씨는 지난 19일 상경, 나흘동안 두군데 채용박람회장에서 살다시피했다. 박람회장에서 받아든 지원서 20여장과 회사소개서로 가방이 불룩해지니 마음도 푸근하다. 과거처럼 「지방대 출신이라고 원서도 안주는」 푸대접은 면할 수 있어서 취업박람회가 그는 좋다. 정성스럽게 작성해 제출한 지원서가 지방대생 것이라고 해서 별도로 분류되지 않을지 은근히 걱정도 된다. 어쨌든 그는 10여개 회사를 더 돌며 지원서를 받아 모두 30개 기업에 지원서를 낼 계획이다. 취업희망 기업은 2, 3개지만 취업난을 감안할 때 지원서를 여러군데 뿌려놓아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벌기업들이 서울의 이른바 명문대 출신을 주로 채용, 지방대생들은 알게 모르게 홀대하는 현실이 崔씨는 안타깝고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 12만명이 참가했고 그중 절반이 훨씬 넘는 7만여명이 지방학생일 정도로 지방대생들은 취업정보를 얻는 데에서부터 취업하는데 특히 어려움이 많다. 그는 이번에 채용박람회장을 돌아보고 그동안 막연하게 느껴온 「취업전쟁」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지난 22일 리크루트가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주최한 채용박람회에는 문 여는 시간보다 한시간반이나 일찍 갔지만 수백명이 먼저 와 줄을 서있는 것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줄서기 전쟁은 박람회장 안까지 이어졌다. 유명 대기업의 원서를 받기 위해서는 1시간 넘게 줄을 서있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발이 부르트고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선배들을 만나 면접요령을 들어볼 생각도 있었지만 피곤을 이기지 못해 포기했다. 그는 취업정보 갈증을 이번 채용박람회장에서 덜기는 했지만 그동안 취업대비공부를 못한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요즘은 고등학교 3학년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다. 친구들이 모두 그렇게 하기 때문에 혼자만 안할 수도 없다. 그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은 아침 여섯시. 이 때부터 2시간반동안 「굿모닝 팝스」 「라디오 토익」 「팝스 앤드 잉글리시」 등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방송을 모두 듣고 학교에 간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밤12시를 넘겨 귀가한다. 집에서도 새로운 취업정보가 있는지 꼼꼼히 신문을 뒤지다보면 시계바늘은 1시를 넘기고 있다.〈千光巖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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