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팩시밀리를 이용해 전국 어디서나 주민등록등본을 받아볼 수 있는 제도
가 실시돼 너무도 편리하다. 그런데 일부 상인들이 마음대로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 한 가정의 개인정보와 신상이 유출되는 등 행정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지난 93년 「요세푸스」라는 책을 사면서 온라인으로 할부금을 몇차례 송금해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미불금이 얼마가 남았는지 모르는 채 결혼과 두번의 이사를 하
느라 연락도 받지 못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느닷없이 전화 한통을
받고는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자의 협박 때문이었다. 엘림문화사라는 도서판매회사가 대
금을 받아주는 전문 용역업체에 내 주민등록번호를 넘겨줘 주민등록등본을 떼본 모
양이었다. 얼마 뒤 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이번엔 아내가 받았다. 책을 산 곳으로
잔금을 지불하겠다고 하니 온갖 폭언을 늘어놓고는 전화를 끊었다는 얘기였다. 용역
업체에서는 나 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들의 이름과 나이까지 알고 있었다.
당국은 개인신상이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춘 후 전국 전산망을
운영해야 한다.
지 용 철(인천 남구 학익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