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밀라노 겨울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출전한 부부팀들
스위스팀 “동반자와 출전 꿈 이뤘다”
캐나다팀 “소통은 항상 진행형 과제”
노르웨이팀 “컬링은 라이프 스타일”
‘부부끼리는 사업을 시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냉정한 계산과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일을 함께 하다 보면 관계가 흔들리고 일마저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런데 빙판 위에서 누구보다 ‘예민한 동업’을 이어 가는 이들이 있다.
AP통신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경기에 출전한 부부 선수 세 쌍의 이야기를 9일 소개했다. 남녀 선수 각 1명이 팀을 이루는 컬링 믹스더블에서는 한 선수가 스위핑(솔질)을, 다른 한 선수가 작전 지시를 맡는다. 투구마다 전략을 논의하고 얼음 위에서 큰 목소리로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르웨이 대표팀의 크리스틴 스카슬린(왼쪽)이 7일 에스토니아와의 예선 경기에서 남편 망누스 네드레고텐이 투구한 스톤을 스위핑하려 하고 있다. 코르티나담페초=AP 뉴시스
남편 망누스 네드레고텐(36)과 함께 3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노르웨이 대표 크리스틴 스카슬린(40)이 “우리도 스스로의 가장 큰 적이 될 때가 있다”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두 사람 모두 고집이 세고 경쟁심이 강해 감정을 제때 털어내는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핫 워시(hot wash)’ 의식이다. 경기가 끝나면 서로의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한 뒤 30분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모여 경기를 복기한다.
부부라는 점이 갈등의 여지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스카슬린은 “컬링은 우리에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라며 “우리는 거의 24시간 컬링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안방 침대도 거실 소파도 작전회의장이 되는 셈이다.
캐나다 믹스더블 대표팀의 브렛 갤런트(왼쪽)-조슬린 피터먼 부부가 체코전에서 작전을 함께 구상하는 모습. 코르티나담페초=AP 뉴시스반대로 훈련장 밖에서는 컬링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부부도 있다. 캐나다의 브렛 갤런트(36)-조슬린 피터먼(33) 부부가 그렇다. 피터먼은 “우리는 컬링 밖의 삶도 즐긴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컬링에 헌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통의 중요성에 관한 생각만큼은 같았다. 갤런트는 “소통은 항상 진행형 과제다. 호흡이 맞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신혼여행지로 이탈리아를 찾았던 두 사람에게 이번 대회는 더욱 뜻깊은 무대였다.
스위스의 브리아어 슈발러휘를리만-야니크 슈발러 부부가 9일(현지 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캐나다와의 예선 경기에서 입을 맞추고 있다. 코르티나담페초=AP 뉴시스스위스의 브리아어 슈발러휘를리만(33)-야니크 슈발러(31) 부부는 경기 전 가벼운 입맞춤을 나누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올림픽 데뷔전을 치르게 된 브리아어는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꿈은 정말 이루어진다.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라 더 특별하다”라고 적었다. 물론 이들 역시 항상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야니크는 “내가 가끔 까다로워진다. 그럴 땐 사과하면 다시 괜찮아진다”고 말했다.
슈발러 부부는 5일 에스토니아전을 9-7로 승리한 뒤 2024년 7월생 아들 리버 슈발러가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컬링 솔을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야니크는 “설령 패하더라도 아이를 보면 화가 나지 않는다. 최고의 우울증 치료제”라고 했다.
총 10개 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 컬링 믹스더블은 모든 팀이 서로 한 번씩 겨루는 예선을 거쳐 상위 네 팀이 준결승에 오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 부부는 예선에서 나란히 4승 5패를 기록했고 상대 전적에 따라 5∼7위에 그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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