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 치려는 배드민턴 버려라, 이기는 플레이 전수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2일 03시 00분


전영오픈서 대표팀 코치 데뷔하는 이용대
세 차례 올림픽서 金1, 銅1 ‘레전드’
“실업팀 플레잉코치하며 노하우 쌓아… 단 1점도 쉽게 생각 않는 선수 육성
대표팀 전임지도자 도전하고 싶어”

이용대가 11일 영국 버밍엄에서 개막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에 처음으로 대표팀 코치로 나섰다. 요넥스 제공
한국 남자 배드민턴의 ‘살아있는 전설’ 이용대(37)가 국가대표 코치 데뷔전을 치른다. 11일 영국 버밍엄에서 개막한 최고 권위의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이 그 무대다. 지난주 서울 은평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난 이용대는 “대표팀 지도자는 처음이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이자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이용대는 2022년부터 소속팀 요넥스 배드민턴단에서 플레잉코치를 맡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지난해 파리 올림픽 이후 김학균 감독 등 기존 코치진을 재임용하지 않으면서 현재 국제대회에는 각 실업팀 감독과 코치들이 번갈아 가며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용대 역시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지도자로 ‘임시’ 데뷔를 하게 됐다.

자신감의 원동력은 4년간의 플레잉코치 경험이다. 이용대는 “코치를 처음 시작했을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선수들에게 화도 많이 냈다”며 “내 목표는 세계 1위에 향해 있는데, 실업팀 선수 중엔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야, 무조건 해. 왜 못 해’ 이런 식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선수들을 이해하고 끌고 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용대는 “대표팀 선수들은 나처럼 세계 1위를 목표로 잡고 있을 것이다. 아마 실업팀 선수들 지도할 때보다는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자들에 비해 젊은 나이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다. 화순중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베이징, 런던,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세 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작년 말에는 BWF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이용대는 “화려해 보이는 선수 생활을 해왔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많이 이겨보기도 했지만, 항상 잘한 것도 아니다”라며 “내가 어떤 플레이를 했을 때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런 경험들을 선수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성장하는 선수들을 보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단순히 후배들에게 기술을 알려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A라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플레이가 된다’는 식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대가 후배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단 1점도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가장 싫어하는 선수는 멋있게 배드민턴을 치려는 선수”라며 “그런 선수는 1점을 멋있게 얻으려고 하다가 배드민턴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대 자신이 그런 경험을 했다. 이용대는 “나도 어릴 땐 배드민턴을 잘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고등학생 때 멋에 취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 대표팀 선배들에게 크게 혼나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배운 생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윙크 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방송가에서 종종 러브콜을 받는다. 가끔 스포츠 예능에 출연하긴 하지만 여전히 그가 가장 애정을 쏟는 곳은 배드민턴이다. 이용대는 자신의 뒤를 이을 선수로 진용(22)을 꼽으며 요넥스에서 지도하고 있다. 진용은 이용대가 2021년 직접 스카우트해 온 선수다. 이용대는 “방송은 그냥 한 번씩 ‘바람을 쐰다’는 차원이고, 내 본업은 항상 이곳”이라며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조금 더 공부를 한 뒤 대표팀 전임 지도자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오픈#대표팀 코치#이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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