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LPGA투어… 해법은] 〈下〉 마이너스 성장에 연봉 양극화 심화
성적 부진한 스타급도 연봉 반토막… 한화 골프단은 해외투어지원 중단
톱 20명, 전체 후원금 절반이상 차지… 시장 파이 안키우면 투어 존폐 위기
“드림투어-점프투어 투자 확대하고, 동남아 선수 등 적극 영입 판 키워야”
최근 메디힐 골프단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공동 다승왕(3승)을 차지한 5명 중 3명의 선수를 폭풍 영입했다. KLPGA투어의 인기 스타인 박현경(25)과 이예원(22)을 데려왔고, 지난 시즌 ‘깜짝’ 3승을 하며 인기몰이를 시작한 배소현(32)과도 계약했다. 실력과 상품성을 겸비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메디힐은 거액의 계약금을 베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선수는 10억 원대 계약금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2025시즌 KLPGA투어에서 이들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극소수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KLPGA투어에서 뛰는 많은 선수들이 전년도에 비해 사실상 삭감 또는 동결된 금액에 재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KLPGA투어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면서 선수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A골프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맸다. 이 골프단을 대표하는 스타급 선수 두 명에게 계약 당시인 2년 전에 비해 50% 이상 깎인 금액을 제시했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두 선수 모두 KLPGA투어 내에서 인지도나 브랜드 파워가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성적이 부진하면서 금액이 크게 깎였다”며 “예전 같으면 다른 후원사를 찾아갈 만했지만 새롭게 후원을 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선수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계약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든든한 후원사가 있는 선수들은 다행이다. 몇몇 골프단은 아예 해체를 결정했다. 2023시즌 다승왕을 차지한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임진희(27) 등을 후원하던 안강건설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골프단을 해체했다. 한화큐셀 골프단 역시 지난해를 끝으로 해외 투어 선수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는데, 국내 투어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크게 줄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골프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팀 해체 등으로 선수에 대한 후원이 갑자기 중단될 경우 선수들은 새로운 후원사를 찾아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에 받던 금액을 그대로 받기만 해도 사실상 성공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선수들은 이런 경우에 삭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골프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후원액 상위 20명의 선수가 전체 후원금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KLPGA투어가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투어 자체의 존폐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KLPGA투어 관계자는 “스타급 선수들이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시장 경제에서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시장 전체가 커져서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가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벌어야 투어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드림투어(2부), 점프투어(3부)에 대한 환경 개선이 꼽힌다. 지난 시즌 드림투어는 대회 수가 20개, 총상금 16억9000만 원이었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총상금이 가장 많았던 한화 클래식(17억 원) 한 대회보다 적었다. 점프투어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지난 시즌 점프투어는 16개 대회가 열렸고, 총상금 4억8000만 원이었다.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은 “드림투어나 점프투어의 선수들은 후원 계약이 거의 없이 자비로 버텨가며 운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결국 아마추어 시장이 무너지면서 KLPGA투어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연 확장을 위해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KLPGA투어는 현재 해외 선수들의 유입을 위해 다양한 길을 열어뒀지만, 동남아와 북중미 선수들은 대부분 LPGA투어로 향한다. 협회 차원에서 동남아나 북중미 선수들을 더 적극적으로 영입해 KLPGA투어 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KLPGA투어 관계자는 “(동남아의) 스타 선수가 특정 대회에 나올 경우 이를 후원하겠다는 현지 기업이 2, 3군데는 된다. 이런 사례를 자주 만들어 KLPGA투어 전체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선수들을 영입할 때 금전적 측면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K문화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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