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댄스로 아시아 무대 평정… 즐길 준비 됐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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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비걸 ‘프레시 벨라’ 전지예
첫 배틀 불타는 승부욕에 자신도 깜짝
입문 2년만에 첫 우승하며 이름 알려
亞경기-올림픽 메달 향해 열정 풋워크

브레이킹 국가대표 비걸(B-girl) ‘프레시 벨라’ 전지예가 15일 소속 크루 ‘소울번즈’ 연습실에서 바닥을 한 손으로 짚고
 몸을 거꾸로 들어올리는 프리즈 동작을 하고 있다. 중학생 시절 피겨스케이팅을 했던 전지예는 그때 키워둔 코어 근육 덕분에 프리즈
 같은 고난도 동작을 비교적 수월하게 익히며 한국을 대표하는 비걸로 성장했다. 고양=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브레이킹 국가대표 비걸(B-girl) ‘프레시 벨라’ 전지예가 15일 소속 크루 ‘소울번즈’ 연습실에서 바닥을 한 손으로 짚고 몸을 거꾸로 들어올리는 프리즈 동작을 하고 있다. 중학생 시절 피겨스케이팅을 했던 전지예는 그때 키워둔 코어 근육 덕분에 프리즈 같은 고난도 동작을 비교적 수월하게 익히며 한국을 대표하는 비걸로 성장했다. 고양=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브레이킹 국가대표 비걸(B-girl) ‘프레시 벨라’ 전지예(24)는 늘 바닥을 끄는 통 넓은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차림이다. 브레이킹을 처음 시작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9년째 이 스타일이다. 자기 몸보다 한참이나 큰 옷이지만 전지예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이라고 확신했다.

전지예는 중학교 때만 해도 팔다리에 착 달라붙는 옷이 자신에게 잘 맞는 줄 알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꿈꾸는 ‘연아 키즈’였기 때문이다. 15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소속 크루 ‘소울번즈’ 연습실에서 만난 전지예는 “처음에는 솔직히 (피겨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승급 심사를 볼 때마다 ‘착각이었구나’ 느꼈다. 중학교 때 시작해 너무 늦기도 했다. 부모님도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스케이트를 벗은 전지예는 댄스 학원에 다니며 ‘아이돌’ 데뷔를 꿈꿨다. 그런데 아이돌 연습의 ‘101’(기초 중 기초)이나 다름없는 ‘카메라 보며 춤추기’가 영 어색했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했던 브레이킹에서 적성을 발견했다. 피겨를 한 덕에 코어 근육이 잡혀 있던 전지예는 처음 접한 고난도 프리즈(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들어 올려 정지하는 동작)도 척척 해냈다.

전지예는 “브레이킹을 배우고 2개월 만에 배틀(댄스 경연)에 처음 나갔는데 내 승부욕이 어마어마하더라. 원래는 내성적인데 배틀만 나가면 달라졌다. 배틀에서는 음악도 더 잘 들리고 표현도 더 잘됐다”고 했다.

전지예는 브레이킹 입문 2년 만에 비걸 배틀에서 처음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학 입시 때도 ‘그저 계속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에 실용무용예술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문제는 실용무용예술학과에서는 이런저런 춤을 다 배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브레이킹에만 관심이 있었던 전지예는 결국 대학을 자퇴했다. 전지예는 “대학 등록금 낼 돈으로 해외 브레이킹 대회에서 경험을 쌓기로 했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반대하셨는데 내 고집이 워낙 셌다. 성과를 내니 부모님도 내가 브레이킹을 진심으로 하는 걸 알아주셨다”고 말했다.

전지예는 ‘2018 배틀 인 타오위안’에서 우승했고 ‘2019 배틀 인 파리’에서 4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연장 밖에서는 여전히 ‘백수’ 신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끔 방과 후 수업으로 초등학생들에게 브레이킹을 가르치고 받는 돈이 수입의 전부였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자 전지예의 부모도 “춤은 이제 취미로 추고 취직을 하든지 공부를 하든지 해보라”고 딸을 설득하고 나섰다.

그때 거짓말처럼 브레이킹이 2024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전지예는 브레이킹 국가대표를 처음으로 선발한 2021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이달 6일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3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인터내셔널 시리즈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WDSF 주관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첫 번째 한국 선수가 되기도 했다.

전지예의 다음 무대는 아시아선수권대회다.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은 다음 달 1, 2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이 대회 성적까지 종합해 9월 같은 곳에서 개막하는 아시아경기에 출전할 남녀 대표 선수 각 2명을 결정한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은 아시아경기와 같은 경연장에서 대회를 치른다.

전지예는 “경연장마다 바닥이 미끄럽고 뻑뻑한 정도가 달라 풋워크나 지지 동작을 할 때 드는 느낌이 다르다. 실수를 하면 피겨에서 얼음 탓을 하듯 브레이킹에서는 바닥 탓을 하기도 한다”며 “아시아경기 때 바닥 탓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테스트를 잘하고 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고양=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브레이킹 댄스#국가대표#비걸#전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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