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눈뜨니 득점도 활활… 나이들수록 성적이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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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35세 가드 김선형의 끝없는 진화
“동료 활용해 팀 득점력 견인, 새 세상”
도움 리그 1위에 득점도 데뷔후 최다
최준용 등 핵심 공백속 공동2위 이끌어

프로농구 SK의 김선형이 2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SK나이츠양지체육관에서 팔짱을 낀 채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팀 내 주축 슈팅 가드로 활약해 왔던 김선형은 2022∼2023시즌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도움 가드’로 변신하며 개인 첫 도움왕 타이틀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용인=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프로농구 SK의 김선형이 2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SK나이츠양지체육관에서 팔짱을 낀 채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팀 내 주축 슈팅 가드로 활약해 왔던 김선형은 2022∼2023시즌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도움 가드’로 변신하며 개인 첫 도움왕 타이틀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용인=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어라? 왜 돌파가 안 되지?’

김선형(35·SK)은 2018년 3월 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KBL) 안방 오리온전에서 낯선 경험을 했다. 발목 부상 이후 134일 만에 코트로 돌아온 김선형이 복귀 후 두 번째로 치르는 경기였다. 김선형은 여유 있게 돌파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 수비수 한호빈(32·현 캐롯)이 여전히 옆에 붙어 있었다. ‘플래시 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스피드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김선형이었다.

2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팀 체육관에서 만난 김선형은 “발목이 회복되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내게는 그보다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나이가 들면서 가속력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불행’이 찾아왔다고 말할 상황에 김선형은 ‘다행’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김선형은 “평소 코트에서 시속 200km로 드리블을 했다면 그 당시 100km로 뛰어볼 기회가 생겼다. 속도가 줄어드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동료를 활용해 팀 득점력을 높이는 농구의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후 도움에 재미를 붙인 김선형은 올 시즌 27일 현재 경기당 평균 6.7도움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대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김선형은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쓰면서 개인 첫 도움왕에도 오른다. 김선형의 도움이 늘어났다는 건 동료들 득점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SK에서 김선형을 제외하고 출장시간이 가장 긴 자밀 워니(29), 허일영(38), 최부경(34), 오재현(24), 최성원(28) 등 5명의 득점 합계는 지난 시즌 평균 42.7점에서 올 시즌 54.2점으로 11.5점이 올랐다.

김선형은 “특히 합이 잘 맞는 부경이는 ‘부경존’을 지정해줬다. 내가 오른쪽에서 공격을 들어가면 반대쪽 덩크 지역에 부경이를 세워두고 부경이 수비가 내게 오면 패스를 해주는 방식으로 득점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부경의 평균 득점은 지난 시즌 4.7득점에서 올해 7.0득점으로 48.9% 늘었다.

그렇다고 득점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김선형의 이번 시즌 평균 득점은 16.1점(국내 3위)으로 지난 시즌(13.3점)보다 3점 가까이 올랐다. 역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이번 시즌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김선형은 “후반기에 라운드 MVP를 받았다는 게 기분이 좋다. 남들 체력 다 떨어질 때 시즌 내내 몸 관리를 잘했다는 뜻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어 “모두들 나이가 들면 운동 능력이 하락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데 나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많은 나이에 좋은 성적을 반짝 내는 경우는 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며 “어쩌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지도 모를 그 ‘초행길’을 내가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형이 득점과 도움에서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면서 ‘디펜딩 챔피언’ SK는 시즌 초반 최준용(29)의 부상과 안영준(28·이상 포워드)의 입대 등 전력 누수에도 35승 18패로 리그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희철 SK 감독(50)은 “김선형의 손 끝에서 시작된 공격과 볼 배급 덕분에 지난 시즌 벤치 멤버였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는데도 지난 시즌과 거의 동등한 득점력을 내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김선형#프로농구#오리온전#커리어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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