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수영 사상 첫 출전 외국인, 접영 100m 金 일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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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출신 이아코노, 4년 전 교통사고
삼촌이 88올림픽 출전해 한국 친숙
두 달간 집중 훈련으로 기량 되찾아
“韓서 가장 역사 깊은 대회 입상 기뻐”

동아수영대회 사상 첫 외국인 출전 선수인 엘리오트 이아코노(프랑스). 이아코노는 남자 일반부 접영 1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동아수영대회 사상 첫 외국인 출전 선수인 엘리오트 이아코노(프랑스). 이아코노는 남자 일반부 접영 1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올해로 94회를 맞은 동아수영대회에 외국인이 처음 출전해 우승까지 했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엘리오트 이아코노(25·서울시수영연맹)가 주인공이다. 이번 동아수영대회 참가한 847명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19일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에서 2분2초99로 2위에 오른 이아코노는 20일 접영 100m에 출전해 59초32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아코노는 “기록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다시 수영을 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아코노의 수영 인생엔 굴곡이 있었다. 4년 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왼쪽 팔다리가 골절돼 수영을 쉬었다. 지난해 말 재기를 결심하고 팀을 찾았지만 “오래 쉰 수영선수가 뛸 곳이 프랑스에서는 없었다”고 했다. 한국을 찾은 건 삼촌의 영향이었다. 이아코노의 삼촌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자유형 400m, 1500m 등에 출전했던 프랑크 이아코노(56)다. 아버지도 프랑스 니스에서 지역 클럽 수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아코노는 올해 초 대한수영연맹에 “한국에서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연맹은 이아코노에게 국가대표 지도자 출신의 김효열 PYD수영클럽 코치(41)를 추천했다. 이아코노는 “삼촌이 서울 올림픽에 참가해 한국이 친숙했고 한국의 훈련 강도가 높다고 들었다. 예전 기량을 빨리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올해 10월 6일 한국에 입국한 이아코노는 김 코치와 두 달 넘게 집중 훈련을 했다. 대회에 출전할 만한 몸을 만들고 서울시수영연맹의 도움으로 선수 등록까지 마친 뒤 동아수영에 처음 출전했다. 이아코노는 “한국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대회에서 입상까지 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아코노가 밝힌 자유형 200m 개인 최고기록은 1분50초87, 접영 100m는 54초54다. 최고기록대로였다면 동아수영대회 2관왕도 될 만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양석현(21·대구시청)이 1분54초38로 1위에 올랐다.

이아코노는 내년 초 프랑스로 돌아간다. 그는 “체계적인 훈련으로 하루하루 몸이 좋아진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는 날까지 계속 훈련을 하다 갈 예정이다. ‘킴’이 허락한다면 곧 다시 돌아와 훈련하고 다음 동아수영에도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대표 지도자로 선임돼 내년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지도해야 하는 김 코치의 대답은 “오케이”다. 김 코치는 “내가 없어도 클럽에 좋은 지도자가 많아 이아코노가 지금처럼 배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사고 후유증이 있어 강도 높은 훈련을 모두 소화하진 못했지만 뭐든 배우려는 자세가 보기 좋았다”고 평가했다. 다음 동아수영에서는 전성기 때의 기량을 회복한 이아코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동아수영대회#사상 첫 출전 외국인#접영 100m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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