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문 닫은 차범근 축구교실…“어린이들의 영원한 운동장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9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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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차범근 축구교실 이사장이 9일 마지막으로 진행된 ‘굿바이 페스티벌’에서 제자들로부터 감사의 꽃다발을 받아들며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린이들의 영원한 마음의 운동장이 되겠습니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의 차범근 축구교실에 모습을 드러낸 차범근 이사장(69)은 축구교실의 제자들과 학부모들 앞에 서서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학부모들도 “힘 내세요”, “곧 뵙겠습니다” 라고 호응하며 박수를 보냈다.

1988년 국내 첫 유소년 전문 축구 전문공간으로 문을 연 차범근 축구교실의 이촌 한강공원 내 수업이 이날로 막을 내렸다. 축구교실을 연지 34년 만이자 1997년부터 이곳 이촌 한강공원 한 곳에 자리 잡아 운영해온지 25년 만이다. 3년마다 공개입찰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부터 사용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축구교실이 유지돼왔는데 경쟁자가 없던 예년과 달리 올해 입찰에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 입찰에 성공하지 못했다. 계약만료는 13일이다.

최근 차범근 축구교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공지했다. 공식수업은 8일까지 진행됐고 이날은 ‘굿바이 페스티벌’이 치러졌다. 원생 1300여 명 중 이날 800여 명이 이곳을 다녀가 차 이사장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았고 축구장 곳곳을 돌며 축구교실의 코칭스태프들과 원 없이 공을 찼다. 차 이사장을 비롯해 차두리 FC서울 유스 강화실장, 차세찌 풋워크크리에이션 대표 등이 현장을 찾아 차범근 축구교실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차범근 축구교실 곳곳에 붙은 현수막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학부모들과 원생들은 이곳을 찾아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축구교실 곳곳에는 ‘이대로 보낼 수 없다’ ‘코치님과 함께하고 싶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있었다.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재광 씨(45)는 “7살 아들뿐 아니라 우리 부부도 성인반 활동을 하고 있었다.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듣고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재개하면 무조건 등록한다는 마음으로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생 손이안 군(9·서이초 3학년)도 “5년째 이곳을 다니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부모님이 반대해도 내가 설득해 재개하면 꼭 다닐 거다”라고 말했다.

차범근 차범근 축구교실 이사장이 9일 마지막으로 진행된 ‘굿바이 페스티벌’에서 제자들과 학부모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차 이사장은 이날 이른시간부터 곳곳을 돌며 원생들이 공을 차는 모습을 바라봤다. 때때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학부모들 앞에서 축구교실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서 차범근 축구교실은 입찰 실패 이후 운영을 접기로 가닥을 잡고 수강료 환불절차 등을 밟아왔었다. 차 이사장은 “내가 (운영을) 그만하겠다고 해서 없어질 수 있는 축구교실은 아닌 것 같다. 내 손을 떠나서 뿌리를 내린 것 같다. 다른 장소를 팔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아이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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