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 엘링 홀란, 전성기 호날두 메시와 비교해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9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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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폭주 중인 홀란, 전성기 챔스리그 호날두와 메시 평균득점 넘을 기세
득점력은 앞서지만 평균 공격 포인트에서는 호날두 메시에 뒤져
도움 능력 키우고, 챔스리그 우승으로 존재가치 증명해야

차세대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가 지난 10여년간 세계 축구계를 양분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챔피언스리그 전성기 기록도 깨버릴 기세다. 하지만 홀란이 진정 호날두와 메시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라인 브레이커’의 폭주

194cm의 장신에도 폭발적인 스피드와 순발력을 지닌 홀란은 ‘라인 브레이커’라는 표현 그대로 상대 수비라인을 뜷고 폭주하고 있다.

홀란은 6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22~202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G조 3차전 맨체스터시티와 코펜하겐의 경기에서 전반전만 뛰고도 2골을 넣으며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엘링 홀란(가운데)이 6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3차전 코펜하겐(덴마크)과의 경기에서 팀의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맨체스터=AP 뉴시스

최근 EPL에서 첫 안방 경기 3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각종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그는 이날 득점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여러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에만 챔피언스리그 3경기 5골을 기록한 그는 자신의 통산 챔피언스리그 기록을 22경기 28골로 늘렸다. 이는 역대 최단기간 28골 기록이다. 또한 해리 케인(29·잉글랜드)이 갖고 있던 챔피언스리그 22경기 최다 골 기록이었던 18골을 10골 차로 앞선 기록이다.

그는 이미 2020~2021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20세 231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20골을 돌파한 데다 8경기 10골로 메시가 21세에 세웠던 역대 최연소 득점왕 기록도 바꿨다. 이번 시즌엔 22세 47일 만에 역대 최연소 25골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를 보인다.
●호날두 메시의 챔스리그 기록과 비교해 보면

그렇다면 그의 기록들을 호날두와 메시의 통산 기록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7일 현재 호날두의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은 187경기 141골(경기당 0.75골)이다. 메시는 159경기 127골(경기당 0.80골)을 기록 중이다. 호날두는 역대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 메시는 2위에 올라 있다.
22경기 28골을 기록 중인 홀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당 득점은 1.27골이다. 챔피언스리그 전체 평균 득점에서 홀란이 앞서 있다. 하지만 호날두와 메시는 140경기 이상을 치른 상태에서의 평균 득점이고 홀란은 이제 2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장기적으로 홀란이 호날두와 메시의 기록을 넘어서는지 보기 위해서는 몇 년 더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면 홀란의 지금 페이스를 호날두와 메시의 전성기 단일 시즌과 비교해 보자.
이번 시즌 홀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3경기 5골(경기당 1.67골)을 넣었다.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시즌은 2013~2014 시즌으로 11경기 17골(경기당 1.55골) 5도움을 기록했다. 이때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호날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결승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1 승리를 도왔다.

메시의 챔피언스리그 최다득점은 2011~2012 시즌 기록했던 11경기 14득점(경기당 1.27골) 5도움이다. 이때 메시가 몸담았던 바르셀로나는 4강에 머물렀다. 하지만 메시는 한 시즌 전이었던 2010~2011 시즌 13경기 12득점(경기당 0.92) 4도움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메시는 결승전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도왔다.

이렇게 홀란의 현재 기세를 전성기 시절 호날두와 메시의 단일 시즌과 비교해 보더라도 일단 홀란이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는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홀란의 기록은 역시 이번 시즌 초반 기록 일뿐이다. 홀란이 호날두와 메시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 기세를 시즌 종료 때까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7일 키프로스 니코시아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E조 3차전 오모니아와의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2로 이겼다.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로 불리며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 1위에 올라 있는 호날두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해 유로파리그에서 뛰고 있다. 니코시아=AP 뉴시스
●장기 페이스 유지를 위해선 팀 전력과 부상 변수 극복해야

이와 관련된 변수가 팀 전체의 전력과 부상이다. 이번 시즌 홀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호날두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맨체스터 시티가 준결승 이상 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팀이 조기 탈락하면 홀란의 출전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은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16강 및 8강 1, 2차전을 치르면 10경기 출전 가능하다. 준결승에 진출하면 추가로 2경기를 더 치르기에 출전 경기 수는 12경기로 늘어난다. 결승까지 오르면 총 13경기를 뛰게 된다. 홀란이 부상 없이 전 경기를 소화하고 현재의 경기당 득점을 유지하면 산술적으로는 21골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16강 진출 팀들 간의 격차는 크다. 조별리그 팀들을 상대로 한 득점 페이스가 16강 이후까지 지속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또한 16강전부터는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 경기이기 때문에 각 팀이 단기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전력을 다하게 된다. 이때 맨체스터 시티의 주득점원인 홀란에 대한 집중 견제가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부상 가능성도 커진다. 최고의 무대에서 이러한 집중 견제를 뚫고 팀을 우승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는 전환점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통해 존재 가치 증명해야

홀란이 맨체스터 시티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다면 호날두와 메시처럼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증명한다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중동 자본을 등에 업은 맨체스터 시티는 막대한 돈을 퍼붓고도 아직 한 번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10년간 선수 이적료로만 2조원 이상을 쓰며 초호화구단으로 지내왔지만, 번번이 챔피언스리그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꿈을 이루지 못했다. 홀란이 이 꿈을 이루어준다면 진정한 해결사로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지난 2021~2022시즌 4강에 올랐고, 이전인 2020~2021시즌에서는 준우승했다. 최근 몇 년간 줄곧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힐 만큼 강한 전력을 갖고 있다. 홀란이 가세한 맨체스터 시티는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꿀 수 있다. 홀란에게도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는 자체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되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의 리오넬 메시가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벤피카(포르투갈)와의 경기에서 코너킥을 하고 있다. 양팀은 1-1로 비겼다. 메시는 이날 골을 넣어 챔피언스리그에서 40개 팀을 상대로 득점하는 기록을 세웠다. 리스본=AP 뉴시스

●전성기 호날두, 메시보다 득점력 좋지만, 공격포인트 적은 것은 보완 과제

그러나 역시 우승이란 다른 선수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아무리 뛰어난 슈퍼스타라도 축구를 혼자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동료들과 조화로운 플레이가 또 하나의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점이 득점과 도움을 합한 공격포인트다. 단순히 득점뿐만 아니라 도움 능력까지 보게 되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홀란은 이번 시즌 3경기 5골을 기록했지만, 아직 도움은 없기에 공격포인트는 3경기 5점(경기당 1.67점)이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2013~2014시즌 챔피언스리그 공격포인트는 22포인트(경기당 2점)이다. 메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2011~2012시즌 공격포인트는 19포인트(경기당 1.72점)다.

이렇게 볼 때 홀란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당 득점에서는 전성기 시절 호날두와 메시에 앞서 있지만, 득점과 도움을 합한 공격포인트에서는 호날두와 메시에 뒤져 있다. 그리고 홀란이 호날두와 메시에 필적하려면 팀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업이 남아 있다.

물론 수치가 모든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홀란이 도움을 적게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다른 동료들에게 주는 영향은 상당하다. 큰 키와 빠른 스피드 및 강력한 파워를 지닌 홀란이 상대 수비진을 헤집거나 몸싸움으로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동료들에게 상당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형의 도움 역시 팀 승리 및 우승으로 귀결되지 못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홀란이 개인 기록만 찬란하게 쌓고 팀을 우승시키지 못한다면 빛바랜 영광이 될 수 있다.
●젊음이 가장 큰 자산

그러나 홀란에게는 이제는 호날두와 메시에게는 없는 다른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그건 바로 젊음이다.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점을 찍었을 때가 29세, 메시가 24세였던데 비해 홀란은 이제 22세다. 홀란에게는 아직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남아 있고, 그것이 현재 호날두와 메시에게는 없는 차세대 축구 스타로서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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