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석 빠른 공 60점, 슬라이더 50점 받고도 ‘특급 유망주’인 이유 [황규인의 잡학사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30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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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덕수고 에이스 심준석. 동아일보DB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덕수고 에이스 심준석. 동아일보DB
심준석(18ㆍ덕수고)이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에서 선정해 30일 공개한 국제 유망주 랭킹에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수 중에서는 5위를 차지한 루이스 모랄레스(20ㆍ쿠바)에 이어 두 번째 순위다.

MLB.com은 “10대 초반부터 빠른 공을 던지고 침착하게 투구하는 등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 박찬호(49)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고 평했다.

MLB.com 심준석 스카우트 보고서
MLB.com 심준석 스카우트 보고서
그러면서 빠른 공과 커브볼은 60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50점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능력(제구력)은 50점을 받아 전체적으로는 55점이었다.

참고로 박찬호가 마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던 1995년 볼티모어에서 작성한 스카우트 보고서를 보면 빠른 공 55점, 커브 45점, 체인지업 40점, 제구력 40점이었다.

이 보고서를 쓴 존 콕스 스카우트는 이 점수를 바탕으로 박찬호를 “확실한(definite) 유망주”로 분류했다.

1995년 볼티모어에서 작성한 박찬호 스카우트 보고서. 야구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
1995년 볼티모어에서 작성한 박찬호 스카우트 보고서. 야구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
그런데도 이 점수가 낮아 보이는 건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를 평가할 때는 0~100점이 아니라 20~80점을 쓰기 때문이다.

20~80점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기본 원리는 '정규분포'다. 평균 50, 표준편차 10인 정규분포에서는 0~20에 0.1%, 80~100에 0.1%만 들어간다.

20~80점만 써도 전체 선수 가운데 99.8%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카우트 보고서에서 60점은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상위 16% 안에 든다는 뜻이다.
따라서 스카우트 보고서에서 60점은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상위 16% 안에 든다는 뜻이다.
스카우트 보고서에 등장하는 점수는 △20점 매우 부족함 △30점 부족함 △40점 평균 이하 △50점 메이저리그 평균 △60점 평균 이상 △70점 뛰어남 △80점 아주 뛰어남이라는 의미다.

이런 방식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브랜치 리키 브루클린(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단장이었고 1974년 메이저리그 17개 구단에서 스카우트 사무국(MLB Scouting Bureau)를 만들면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이 사무국 부국장은 맡았던 돈 프리스 전 볼티모어 스카우트는 “짐 월슨 밀워키 단장과 ‘어떻게 하면 표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이 개념을 떠올렸다”면서 “세월이 흘러서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먼저 세상을 떠난) 윌슨 단장을 하늘에서 만나면 다시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정규분포 특성을 이용한 장난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정규분포 특성을 이용한 장난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사실 이렇게 20~80점을 미리 정해 놓는 건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방식이다.

20~80점 사이로 점수를 매기는 것만으로 선수 대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수들 점수를 매기다 보면 20~80점 사이에 99.8% 자리한다고 보는 게 올바른 접근법인 것이다.

그러나 50년 가까이 이 방식을 사용하면서 20~80 스케일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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