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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 거짓말처럼 응답했다

입력 2022-06-17 03:00업데이트 2022-06-17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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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고척 경기 두산전 8회말, 외야 두 팬 앞에 홈런 공 떨어져
이정후 “실제 그분들인지 모르고 경기 뒤 공에 사인해드렸는데
영상 보고 확인해 놀라울뿐”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외야석에 앉아 프로야구 두산-키움 경기를 지켜보던 김진희(왼쪽), 김수연 씨가 응원 문구처럼 키움 이정후가 자기들 자리로 홈런을 날리자 공을 잡아든 뒤 기뻐하고 있다. 이정후는 이들이 16일에도 경기장을 찾자 본인 방망이를 선물했다. KBSN 중계 화면 캡처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

키움이 두산에 1-4로 끌려가던 프로야구 15일 고척 경기 8회말. 키움 3번 타자 이정후(24·사진)가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이 10글자를 적은 스케치북을 펼친 채 열심히 이정후를 응원하던 열혈 팬 두 사람이 중계화면에 등장했다. 이 두 사람이 앉아 있던 곳은 백스크린 오른쪽 외야석이었다. 정말 공이 ‘여기로’ 날아가면 홈런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두산 투수 정철원(23)이 던진 공 2개를 가만히 지켜봤다. 두 개 모두 볼이었다. 시속 147km짜리 속구가 다음 공이었고 결과는 파울이었다. 이 파울로 타이밍 조절을 마친 이정후는 이어 들어온 시속 148km 빠른 공을 받아쳤다. 이 공은 125m를 날아가 거짓말처럼 두 팬이 앉아 있는 바로 그 자리에 떨어졌다. 이 시즌 10호 공을 주워 든 팬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정후는 16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어제 퇴근길에 ‘이정후 선수, 홈런 공이에요’라고 말을 걸어온 팬이 계셔서 사인을 해드렸다. 그러나 그런 응원 문구를 들고 계셨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송신영 코치님께 말씀을 전해 듣고 곧바로 영상을 확인했다. 내게도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인을 해드리기는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매뉴얼 때문에 말씀을 나누지는 못했다”며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해 주시면 꼭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홈런 배송’을 받은 주인공 김진희(21), 김수연 씨(20)는 이날도 똑같은 문구를 쓴 스케치북을 들고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이정후는 이들에게 포수 뒤편에서 선수를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클럽석’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줬다. 본인이 직접 사인한 야구 방망이도 전달했다.

두 사람은 “공이 날아오는 순간에도 정말 이리로 올지 몰랐다. 공이 떨어진 순간 멍하고 얼떨떨했다”면서 “성공한 덕후가 된 느낌이다. 평생 다시 할 수 없는 경험을 해 꿈만 같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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