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계 신인류’ 난민출신 하산, 5000m 金 이어 1500-10000m 도전

김성모 기자 입력 2021-08-03 17:38수정 2021-08-0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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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산’

2일 오전 일본 도쿄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월드컵 육상 여자 1500m 예선 2조 경기. 결승선 400m를 앞두고 네덜란드의 시판 하산(28)이 케냐 선수와 부딪히면서 넘어졌다. 찰나가 결과를 결정하는 육상 종목.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벌어진 하산은 선두권과 이미 20m 가까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내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해 하나 둘 제쳐나가더니, 2위 선수에 0.11초 앞선 4분05초1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만화 같은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산은 같은 날 오후 9시 40분 여자 5000m 결선 출발선에 다시 섰다. 그는 양팔을 휘저으며 치고 나갔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트랙에 누워 환호했다. 5000m는 그가 새로 도전한 종목이었지만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중 넘어졌을 때 끔찍했다”며 입을 연 그는 “다리에 느껴지는 감각을 믿을 수 없었다. 모든 에너지가 저를 떠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너무 피곤했다. 커피가 없었다면 나는 올림픽 챔피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카페인이 필요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산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5000m에 이어 1500m와 1만m 금메달까지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 세 종목을 모두 제패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는 2019년 도하세계육상선수권 1500m, 1만m에서 동시에 우승한 바 있다.

육상에서 중거리인 1500m와 장거리인 1만m는 완전히 다른 종목으로 불린다. 스피드와 지구력 모두를 정상급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두 종목을 석권한 하산은 이미 육상계에서 ‘신인류’로 불리고 있다. 하산은 “많은 사람들이 전례 없는 도전에 미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날 믿어라. 나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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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월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난 하산은 난민의 설움을 이겨낸 선수다. 2008년 고향을 떠나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선수 생활도 늦게 시작한 편이다. 15세 때부터 육상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가 2013년 11월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했다. 이듬해 취리히 유럽선수권에서 1500m 우승을 차지했고, 5000m 2위에 오르는 등 중장거리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산이 남은 1500m와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며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하산은 메달을 따거나 승리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외치는 소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몸도, 발도, 다리도 다 아프다. 악몽 같다”며 고단함을 내비쳤다. 하산의 1500m 결선은 6일, 1만m 결선은 7일에 각각 열린다.

김성모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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