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기권했다.
오사카는 1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잠시 휴식기를 갖겠다”며 프랑스오픈 2회전부터 기권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오픈을 앞두고 대회 기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오사카는 지난달 31일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승리한 뒤 인터뷰를 거부해 벌금 1만5000달러(약 약 1670만원) 징계를 받았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의 미디어 관련 의무는 메이저대회 규정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규정 위반이 계속되면 최대 실격까지 가능한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며 “더 많은 벌금과 향후 메이저대회까지 적용될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앞으로 미디어 관련 의무를 이행하길 바란다”고 남은 경기 후 인터뷰 참석을 권고했다.
오사카는 1회전에서 패트리샤 마리아 티그(루마니아·63위)를 2-0(6-4 7-6<7-4>)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한 상태였다.
그는 2회전에서 아나 보그단(루마니아·102위)와 2회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기권하고 말았다.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오사카는 “내가 의도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테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또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기권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오사카는 자신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2018년 US오픈 이후부터 우울증 증세로 힘들었다.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제가 내성적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US오픈에서 처음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는 2019년 호주오픈과 2020년 US오픈, 올해 호주오픈 등 4차례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오사카는 “모두가 대회에서 내가 헤드폰을 쓰고 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활동에 대한 불안함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기자회견에서 늘 긴장감을 느꼈고, 최선의 답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파리에 와서도 이런 느낌이 계속됐고,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불참 계획을 밝혔던 것”이라며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기자 분들께도 사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대회 조직위 측에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회를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사카는 인터뷰 의무 규정에 대해 “다소 구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바뀌지 않은 입장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인터뷰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오사카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거나 지켜봤을 때 사람들이 선수의 정신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전한 바 있다.
오사카는 “기자회견을 하면 예전에 여러차례 답했던 질문이 또 나오고, 뭔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며 “경기에서 패한 선수를 인터뷰하는 것은 이미 넘어진 사람을 또 발로 차는 것과 같다. 대회 관계자들이 이 부분을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대회 주최 측인 프랑스 테니스협회는 오사카의 기권에 유감을 포하면서 “빨리 회복해 내년 대회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또 “대회 기간 동안 모든 선수들이 언론과의 관계를 포함해 잘 지낼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고 약속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측은 “선수들의 정신 건강은 우리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며 “20년 넘게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대회에서 18차례 우승을 차지한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오사카가 괜찮기를 바란다. 많은 선수들이 몸을 관리하는 방법은 배우지만, 정신이나 감정적인 부분은 그러지 못한다”며 “이것은 기자회견에 참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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