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지현 프로농구 최초 동반 1순위 지명 남매되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20일 0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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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4학년 박지원, 23일 남자농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 도전
여동생 박지현, 2018년 여자농구 1순위·신인상…국가대표로 성장

프로농구 최초로 남매가 나란히 신인 드래프트 1순위에 오르는 가문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오는 23일 열리는 2020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지원(22·연세대 4학년)은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190.8㎝의 장신으로 돌파와 운영 능력이 뛰어난 정통 포인트가드다. 대학농구 U리그 최초로 5년 연속 우승에 일조했고, 최근 1차대회에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여자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의 주전 가드 박지현(20·183㎝)이 동생이다. 박지현은 2018~2019시즌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거친 박지현은 여자농구를 이끌 재목이다.

전주원(우리은행 코치), 이미선(삼성생명 코치), 최윤아(BNK 코치)의 뒤를 이을 대형 가드로 주목받으며 신인상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숭의여고 재학 시절 일찌감치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를 노크할 정도로 성장했다.

오빠는 동생이 걸었던 1순위의 길을 따를 수 있을까.

박지현은 19일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오빠 드래프트가 내 드래프트 때보다 훨씬 많이 신경 쓰인다. 오빠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안다. 가족이다.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오빠도 1순위로 프로에 간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지원은 “걱정되고 부담감이 있다. 얼마 전까지 대학리그를 무사히 치렀기 때문에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어느 팀을 갈지 모른다는 것과 프로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다. 물론 기대감도 크다”고 했다.

박지원이 1순위에 지명되면 처음으로 프로농구 1순위 남매가 탄생한다.

▲하은주-하승진 남매, 허웅-허훈 형제도 하지 못한 동반 1순위

그동안 형제, 남매, 자매 선수는 많았지만 동반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에 간 경우는 없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으로 2008년 1순위 지명을 받은 하승진(35·은퇴)과 WKBL 신한은행의 왕조를 이끌었던 하은주(37·은퇴)가 한 획을 그은 남매로 기억되지만 하은주는 일본에서 뛰다가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WKBL 무대에서 뛰었다.

최근 KBL에서 가장 핫한 ‘허씨 형제’의 경우도 동생 허훈(25·KT)은 1순위 지명을 받았지만 허웅(27·DB)은 5순위였다.

박지현은 “오빠가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요즘 긴장한 모습이 보인다. 오빠가 좋은 팀에 가서 빨리 프로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1순위 지명을 받는다면) 우리를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선물이 될 것이다”고 했다.

박지원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큰 책임감도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단둘이 노래방 다닐 만큼 우애 깊어

박지원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유소년 클럽을 통해 처음 농구공을 잡았다. 재능을 인정받아 농구부가 있는 홍대부중에 진학해 본격적인 코스를 밟았다.

박지현은 오빠가 하는 건 뭐든 따라했다. 오빠가 태권도를 배우면 도장에, 피아노를 배우면 학원에 졸졸 따라다녔다.

“오빠가 하는 건 똑같이 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농구하는 오빠를 따라다니면서 공을 잡았다. 재미를 느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둘 다 키가 자라지 않아 아침과 저녁으로 우유를 1000㎖씩 나눠먹고, 아침부터 소고기를 구워먹었다고 한다.

두 살 터울로 많이 싸웠을 것 같지만 노래방을 단둘이 다닐 정도로 우애가 깊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자주 집을 비울 때에도 서로 잘 챙겼고, 훈련이 없으면 서로의 경기를 챙기며 분석하기도 했다.

박지원은 “가족 단체 SNS방이 있는데 나나 지현이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머니께서 ‘다치지 말고, 좋은 경기를 하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경기 시간을 기억했다가 훈련가 겹치지 않으면 꼭 챙겨본다”고 했다.

이날 명지고와 연습경기를 하는 우리은행 선수들을 보고 “텔레비전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까 다 연예인 같다”며 신기하다는 표정도 지었다.

박지현은 “프로에 온 이후에 오빠가 내 경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족한 부분이나 아쉬웠던 장면을 항상 얘기해준다. 오빠에게 칭찬을 들으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박지원은 동생이 1순위로 프로에 갈 때, “같은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동생이 좋은 평가를 받으니 당연히 자랑스러웠다. ‘명문팀 우리은행에 가서 축하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박지현은 국가대표의 요람 진천선수촌 생활에 익숙하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경험했다.

박지원은 “국가대표라는 거창한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만약 동생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한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같이 운동하고, 밥도 먹고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를 듣던 박지현이 “진천선수촌에 가 본적은 있느냐”며 비웃자 박지원은 “지금 비웃는 거냐. 연습경기 상대로 가 본 적은 있다”며 유쾌한 신경전을 벌였다.

▲박지원, 차민석·한승희와 1순위 경쟁…삼성의 선택은?

그렇다면 박지원의 1순위 지명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반반이다. 슛에 약점이 뚜렷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1순위는 서울 삼성이 확보했다. 2000년 이규섭(삼성 코치) 이후 20년 만에 잡은 1순위 지명권이다.

약점으로 지적받는 가드라인을 보강할지, 센터 김준일의 부상을 감안해 골밑자원을 충원할지, 미래 성장 가치가 높은 카드를 택할지 심사숙고 중이다.

삼성은 최근 내부 논의 끝에 박지원, 차민석(제물포고), 한승희(연세대) 중에 선택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코칭스태프, 스카우트, 프런트의 의견이 모두 다르다는 후문이다.

전반적으로 즉시 전력감이 없다 보니 선택에 어려움이 많은 모습이다.

박지원은 “몇 순위로 어느 팀에 갈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열심히 한 만큼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분명한 건 어떤 팀이든 박지원을 지명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잘 지명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에 가면 돈을 벌게 된다. 모든 월급을 부모님께 드리고, 용돈을 받을 생각이다.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이제 나와 지현이가 보답해야 할 때”라며 “부모님이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 남매의 농구를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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