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발 묶인 정조국 “몇 바퀴 더 뛰면 팬들과 만날까요”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9일 0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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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유나이티드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정조국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팬들을 만날 수 있을지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유나이티드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정조국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팬들을 만날 수 있을지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황선홍과 이동국의 대를 이을 대형 스트라이커로 일찌감치 각광을 받았던 정조국(36)은, 대신고 시절 소위 초고교급 선수였다.

대학을 생략하고 2003년 프로에 데뷔했던 그는 곧바로 32경기에 출전해 12골 2도움을 올리면서 신인왕에 등극했다. FC서울이 전신 안양LG로 리그에 참가할 때 프로에 데뷔했으니 꽤 오래전 이야기가 됐다.

베테랑이다. 1984년생, 10대 풋풋한 모습으로 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정조국은 어느덧 서른 중반을 넘은 세 아버지라는 배경과 함께 커리어 18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2020시즌은 정조국에게 특별한 시즌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FC 소속이던 정조국은 지난 겨울 제주유나이티드로 둥지를 옮겼다. 팀도 정조국도 초심으로 돌아가야할 시즌이다.

제주는 지난해 꼴찌로 추락, 2부리그 강등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우승은 쉽지 않아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노릴 수 있는 상위권 클럽이었기에 충격적인 결과였다.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주의 목표는 곧바로 승격하는 것.

이를 위해 ‘승격 전도사’로 통하는 남기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제주는 이창민, 안현범, 남준재, 아길라르 등 주축들을 붙잡는데 성공했고 주민규, 발렌티노스, 박원재, 윤보상 등 1부에서도 수준급으로 통할 자원들을 영입해 2부리그 클럽답지 않은 스쿼드를 구축했다.

이 준비 과정 속에서 정조국도 남기일 감독과 재회했다. 정조국은 지난 2016년, 남기일 감독이 이끌던 광주FC에서 무려 20골을 터뜨리는 ‘회춘모드’를 발동하며 리그 MVP에 오른 바 있다. 여러모로 2020년은 새로운 의욕이 생길 시즌인데, 난데없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 잡혔다.

정조국은 1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청정 제주도에서 자연스럽게 자가격리 중”이라며 멋쩍게 웃은 뒤 “운동장 갔다가 집에 오고, 운동장 갔다가 집에 오고의 반복이다. 훈련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나 사실 쉽진 않다.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라며 고충을 전했다.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준비는 하고 있으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조국은 “초중고 학생들 개학이 또 연기됐지 않은가.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진다. K리그 역시 4월초 개막이 힘들다는 분위기인데…”라면서 “막무가내로 기다려야한다는 것, 기약 없이 기다려야한다는 것, 그게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빗댄 예가 가슴에 닿는다. 정조국은 “그런 거다. 훈련할 때 ‘10바퀴만 뛰어’ 그러면 끝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힘들지 않다. 그런데 얼마를 돌아야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뛰어’ 그러면 너무 힘들다”면서 “도대체 얼마를 기다려야 필드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는지 모르니 지금의 훈련이 더 힘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넉넉해지고 있는 정조국은 “모두가 같은 상황이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분위기다. 감독님도 그렇고,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자세로, 부족한 것을 채우자고 서로 독려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하지만, 사실 너무 평범한 채찍이기도 하다”며 다시 웃었다. 억지로 비장한 것보다 덜 걱정되는 자세다.

결국은 조급함을 버리는 게 최선이라 말했다. 그는 “방법 있겠는가. 멘탈을 꼭 붙잡고 있어야한다. 허탈감에 빠지지 않고 다시 정신을 집중할 수 있도록 후배들과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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