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AI 제압’ 이세돌 “인간과 AI의 차이 확실히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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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8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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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은퇴대국에서 ‘한국형 알파고’ NHN ‘한돌’과 맞대결 제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2.18/뉴스1 © News1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은퇴대국에서 ‘한국형 알파고’ NHN ‘한돌’과 맞대결 제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12.18/뉴스1 © News1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벌인 은퇴대국 1국을 승리한 이세돌(36)이 “한돌이 앞으로 남은 2, 3국도 잘 준비해야할 것”이라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바디프랜드 도곡 본사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이번 대국은 3번기 치수고치기로 치러진다. 치수고치기란 두 대국자 사이의 기력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두는 바둑이다. 치수는 상수와 하수의 실력 차이를 나타내는 돌의 개수를 뜻하는데, 하수가 바둑을 두기 전에 판에 미리 깔아놓는 돌의 수를 치수라 부른다.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와 대국 당시 호선(맞바둑)으로 대결했으나 이번 한돌과의 첫 대결에서는 흑을 잡고 두 점을 깔고 시작했다.

대국 결과에 따라 이후 치수가 달라지는데 1국에서 이세돌이 승리함에 따라 이세돌은 오는 19일 2국에서는 호선으로 한돌과 맞붙는다.

알파고와 호선으로 대결했던 2016년 인공지능과 대국 상황을 약 3년 만에 재현하는 셈이다.

대국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세돌은 “7월쯤부터 공식 대국이 없어 지난 5개월간 바둑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이 대국을 앞두고서는 최근 10일 정도 바둑만 생각하고 하루에 잠자고 먹는 시간 외엔 바둑만 했다”고 밝혔다.

치수고치기를 대국 방식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인공지능과 호선으로 두기엔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고 봤다”며 “아무 의미없이 두기엔 재미가 없었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알고 싶어 이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두 점을 깔고 연습을 했는데 연습을 하면서도 ‘내가 두 점을 두고 바둑을 두는 날이 오는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했다”면서 “이번 대국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이기니 기분이 좋아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개인적으로 허무하다”고 말했다.

은퇴대국 첫 날을 마친 이세돌은 오는 19일 같은 장소에서 2국을 펼치고 21일 고향인 전남 신안에서 마지막 3국을 진행한다. 이세돌은 한돌을 향해 “2, 3국까지 시간이 얼마 없지만 한돌은 잘 준비해야할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다음은 이세돌과의 일문일답이다.

▶ 치수 고치기 대결을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처음부터 호선을 두기에는 아무래도 인공지능과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에 핸디캡 매치를 하는 건 맞다고 봤다.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이 하기에는 재미가 없었다. 이걸 통해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를 확실히 좀 알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치수고치기를 선택했다.

▶ 두 점을 깔았을 때 기분은.
-두 점을 깔고 처음 둬본다. 10일 정도 두 점으로 연습했는데 연습하면서도 ‘2점 두고 연습하는 날이 오는구나’ 생각이 들며 신기했다.

▶대국은 어떻게 준비했나.
-7월부터 5개월가량 공식대국이 없었다. 연습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10일 정도는 바둑만 생각하며 자고 먹는 시간 외에는 연습만 했다. 사실 이번 두 점을 놓고 치르는 대국이 7집 반 덤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 봤다.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되는건지 잘 모르겠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 허무하다.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것. 내일이나 21일 벌어지는 2, 3국에서는 한돌이 시간이 없겠지만 조금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기세를 뒤집는 장면이 78수에서 나왔다.
-알파고 때는 비정상적인 수였다면 이번에는 프로기사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였다. 한돌이 생각 못 했다는 것이 의외다.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 대국 당시에도 78수 묘수로 1승을 거뒀다)

▶내일 대국은 호선으로 치른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힘들 것 같다. 마지막이니까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다. 최선을 다하면 정말 기적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을까.

▶마지막 한마디.
-승패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 승패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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