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주전→가을야구 주인공…박세혁의 역전 드라마

한국시리즈 3차전서 선제 3루타·쐐기타·도루 저지·호수비…MVP

주전 안방마님 박세혁(29)은 지난해까지 양의지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하지만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면서 팀을 떠난 뒤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찼다.

정규시즌 중 곰 군단의 든든한 안방마님으로 자리잡은 박세혁은 이번에는 가을야구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3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의 영예까지 누렸다.

타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한껏 뽐내며 두산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3연승에 일조했다.

두산은 2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

공수의 중심에 박세혁이 있었다.

1, 2차전에서 내리 끝내기 승리를 거둔 두산은 3회초에만 4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는데 물꼬를 튼 것이 박세혁이었다.

0-0으로 맞선 2회초 선두타자 김재호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타석에 들어선 박세혁은 1볼-1스트라이크에서 번트를 시도했다가 타구가 뜨면서 실패했다.

그러나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상대 선발 제이크 브리검과 8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박세혁은 투심 패스트볼을 노려쳐 우측선상을 타고 흐르는 타구를 날렸다.

1루에 있던 김재호가 무난히 홈을 밟았고, 박세혁은 3루까지 내달렸다. 타구를 잡은 키움 우익수 제리 샌즈가 3루에 곧바로 송구했으나 박세혁은 3루에 안착했다. 두산에 선제점을 안기는 시원한 적시 3루타였다.

박세혁의 선제 적시 3루타 이후 두산은 박건우의 투런포와 오재일의 적시 2루타 등으로 2점을 더 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산이 좀처럼 추가점을 내지 못한채 4-0의 리드를 유지하던 8회초 2사 3루의 찬스에 타석에 들어선 박세혁은 중전 적시타로 3루 주자 허경민을 홈으로 불러들여 두산에 추가점을 안겼다.

타격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도루 저지와 호수비를 선보이며 수비에서도 펄펄 날았다.

후랭코프가 1회말 선두타자 서건창에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하자 이를 잡아준 것도 박세혁이었다. 박세혁은 2루를 훔치려던 서건창의 도루를 저지해줬고, 후랭코프는 안정을 되찾았다.
8회말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 호수비를 선보여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2사 후 이용찬이 김하성에 포수 뒤쪽으로 넘어가는 타구를 유도했는데 박세혁은 펜스에 부딪히면서 타구를 잡아내 그대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지난해까지 박세혁은 양의지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그에게는 ‘백업’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이지만 박세혁의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경기 출전 수는 9경기에 불과하다. 2017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양의지가 허리 통증을 호소해 선발 마스크를 쓰기도 했으나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1경기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양의지가 팀을 떠나면서 박세혁은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찼고, 올해 정규리그에서 성공적인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타격에서는 양의지만큼의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타율 0.279 4홈런 63타점 58득점의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포수임에도 빠른 발을 앞세워 9개의 3루타를 때려냈다.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이었다. 도루도 8개를 해냈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박세혁은 올 시즌 리그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두산이 팀 평균자책점 3.51로 2위에 오르는데 기여했다. 또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20승 달성에도 함께 힘을 보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자신의 마음 속에 최우수선수(MVP)로 박세혁을 꼽기도 했다.

이랬던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을 마치고는 박세혁의 볼배합에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선 이영하는 5⅓이닝 6피안타 5실점으로 흔들렸는데, 김 감독은 “이영하가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는데 승부처에서 결정구를 잘못 선택한 것이 아쉬웠다. 승부를 해야할 때 승부를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박세혁의 리드가 (상대 타자에)맞아나가고 몰리면 조금 더 냉정하게 들어가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잘하고 있다. 확신을 가지고 자신있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세혁은 보란듯이 3차전 선발 세스 후랭코프를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이끌며 감독의 바람의 부응했다. 후랭코프 뿐 아니라 두산 투수진은 키움 타선에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타격과 수비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친 박세혁은 데일리 MVP까지 품에 안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