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이닝 연속 무실점·ERA 2.92, 다시 찾아온 유희관의 봄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9일 21시 35분


코멘트
두산 유희관.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유희관.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베어스 유희관(33)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입장이었다.

지난 6시즌(2013~20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지난해는 사정이 달랐다. 평균자책점이 6.70(141이닝 105자책점)까지 치솟았다. 제구형 투수의 강점 중 하나인 안정감과 거리가 멀었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몰린 공이 증가하면서 장타를 허용하기 일쑤였다. 23개의 홈런을 포함해 총 67개의 장타를 얻어맞았고, 이는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2019시즌을 준비했다. 경쟁 끝에 5선발 자리를 꿰찬 직후에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책임감이 더 커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체중도 9㎏이나 감량했을 정도로 의지가 대단했다. 이는 투구 밸런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팔이 확실하게 넘어오면서 최적의 릴리스포인트를 찾았다. 타자의 무릎 높이에 형성된 공은 빠르지 않았지만, 위력적이었다. 포심패스트볼(포심)의 구속은 130㎞ 안팎으로 빠르지 않았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제구를 동반하니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무기인 싱커의 위력도 되찾았다.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4월까지 평균자책점은 4.70(23이닝12자책점)으로 썩 좋지 않았다. 개막 후 첫 두 차례 등판에서 13이닝 2실점의 호투를 선보인 뒤 5경기에선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파트너인 포수 박세혁은 물론 코치진과 머리를 맞대고 실패사례를 분석하며 앞날을 도모했다. 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6.2이닝 2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6경기 만의 QS에 성공했고, 1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1회 1점을 내준 뒤부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9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7.1이닝 동안 6안타 무4사구 3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최근 22.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평균자책점도 종전 3.28에서 2.91(65이닝 21자책점)까지 끌어내렸다. 최고구속 132㎞의 포심(40개)과 싱커(39개)의 조합은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슬라이더(21개)와 커브(4개)까지 곁들이며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8회 1사 1루에서 박치국과 교체될 때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비록 불펜 난조로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유희관에게 봄날이 찾아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