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개막 후 2승1무, 매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시민구단 대구FC에 비한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자금력이 뛰어난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골리앗에 가까운 팀이었다. 그런데 다윗의 돌팔매가 거인을 쓰러뜨렸다.
K리그1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현대와 대등한 경기력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클럽 역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호주까지 날아가 3-1 역전승을 거뒀으며 K리그2 2라운드이자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었던 대구FC가 아시아의 거함 광저우 에버그란데마저 쓰러뜨렸다.
대구가 12일 오후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광저우와의 2019 ACL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1차전 호주 원정서 멜버른 빅토리를 3-1로 제압했던 대구는 우승후보 광저우까지 꺾으면서 2연승으로 조 1위에 올라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분명 광저우가 앞섰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톱클래스 미드필더 파울리뉴, 포르투갈 명가 벤티가에서 뛰었던 장신 공격수 탈리스카 등 외국인 자원도 든든하고 가오린, 장린펑 등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경남FC 돌풍의 주역 중 하나인 한국인 센터백 박지수가 후방을 지키고 지휘봉을 이탈리아 축구의 레전드 파비오 칸나바로가 쥐고 있다.
이런 팀을 상대로 대구FC가 선제골을 넣었다. 평일임에도 DGB대구은행파크를 꽉 채워준 팬들의 성원과 함께 당당하게 자신들이 준비한 날카로운 역습 축구를 펼치던 대구는 전반 23분 먼저 득점에 성공했다.
김대원이 박스 안으로 투입시킨 크로스를 에드가가 쇄도해 들어가면서 오른발로 툭 차 넣어 광저우 골망을 흔들었다. 흔한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감각적인 슈팅이었다. 에드가는 이번 시즌 4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리는 물오른 감각을 자랑했다. 반면 올 시즌 6경기에서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던 광저우는 2019년 첫 실점을 대구FC에게 허용했다.
일격을 허용한 광저우는 만회골을 넣기 위해 공격의 무게를 더 실었다. 하지만 대구의 수비는 견고했다. 오히려 대구가 전반 막판 또 한골을 터뜨렸다. 대구가 자랑하는 ‘세드가 콤비’인 세징야와 에드가가 합작품을 만들어냈다.
전반 43분 김대원이 왼쪽 측면에서 세징야에게 연결했고 세징야가 수비수 사이를 찌르는 스루패스를 시도해 에드가에게 공을 배달했다. 그리고 에드가가 침착한 마무리를 성공시키면서 2-0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예상치 못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광저우는 역시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후반 초반 광저우의 만회골과 함께 흐름이 바뀌었다. 후반 8분 만에 웨이 시하오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탈리스카가 왼발로 방향을 바꿔 놓으면서 대구 골문을 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로 들어온 웨이 시하오의 돌파가 단초가 됐으니 칸나바로의 용병술이 통한 셈이다.
간격이 좁혀지면서 이후 경기는 더 치열하게 펼쳐졌다. 광저우는 당연히 공세를 높였다. 이미 많이 뛴 대구 선수들은 전반전보다 견고함이 떨어져 보이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투지와 집중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파울리뉴 부럽지 않은 세징야와 에드가를 앞세운 날카로운 역습으로 광저우가 마냥 앞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당당하게 맞서던 후반 35분 다시 달아나는 골을 터뜨렸다. 이번 주인공은 김대원이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공을 잡은 김대원은 수비수가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상대 맞고 굴절된 뒤 골대 모서리에 꽂혔다. 이 득점으로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던 광저우는 파울과 항의가 갖아졌고 결국 대구는 여유 있는 마무리 운영으로 3-1 승리를 지켜냈다. 거함 광저우까지 쓰러뜨린 대구는 ACL 2연승, 시즌 4경기 3승1무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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