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연봉? ‘오버페이’ 유탄 맞은 중소형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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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7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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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민. 스포츠동아DB
송광민.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는 27일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송광민(36)을 2년 총액 16억원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000만원으로 보장금액은 8억원이다. 나머지 8억원이 인센티브 성격의 이른바 옵션이다. 연간 4억원씩의 옵션이 붙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앞으로 2년간의 기대치를 옵션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기대치’라는 표현은 포장에 불과하다. ‘안전판’이라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계약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능력을 보여주면 확보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부진하면 ‘그림의 떡’이 옵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봉보다 옵션이 더 많다. 1999시즌을 마치고 FA 제도가 KBO리그에 도입된 뒤로 쭉 살펴봐도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옵션 자체를 발표하지 않은 FA 계약도 많았다).

지난해 SK 와이번스와 4년 총액 29억원에 계약한 정의윤, 키움 히어로즈와 1+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한 뒤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채태인 정도가 그나마 비슷한 케이스다. 정의윤의 연봉 총액과 옵션 총액은 12억원으로 동일했다. 채태인은 연봉과 연간 옵션이 각 2억원씩이었다. 연봉보다 옵션이 더 많은, 아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는 송광민이 사실상 최초로 보인다.

25일 발표된 삼성 라이온즈와 김상수(29)의 3년 총액 16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2억5000만원·연간 옵션 1억5000만원)짜리 FA 계약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9년 FA 시장에서 유일한 20대이자, 수비를 통한 팀 기여도가 높은 유격수가 4년을 보장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금액 또한 과거에 비춰보면 몹시 낮은 편이다. 총액에서 옵션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8.1%에 이른다.
KBO리그의 FA 시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700억원대, 지난해 631억5000만원 등으로 활황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9년 시장에는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빅3’ 양의지(4년 125억원·NC 다이노스)-최정(6년 106억원)-이재원(4년 69억원·이상 SK)이 일찌감치 시장을 떠난 뒤로는 계약 속도와 규모 모두 현저히 둔화됐다. 27일 송광민까지 총 8명이 계약했을 뿐 아직도 시장에는 7명이 남아있다.

‘FA 거품’ 또는 ‘오버페이’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가운데, ‘빅3’를 제외한 대다수의 FA가 된서리를 맞은 형국이다. 2월 1일부터는 공식적으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만큼 중소형 FA들에게는 시간적으로 버틸 여력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 FA 제도 전반에 대해 한시바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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