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뛰는 브라질 vs 많이 뛰는 벨기에… 7일 4강 길목서 만나는 랭킹 2, 3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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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만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 대진표가 완성되자 누리꾼과 외신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2위 브라질과 3위 벨기에가 7일 카잔 아레나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우승 후보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 두 팀 중 한 팀은 월드컵 폐막을 열흘 가까이 앞두고 일찌감치 짐을 싸야 할 운명이다.

역대 월드컵 최다 우승(5회)에 빛나는 브라질은 남미 대륙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 8강 진출 팀 가운데 유럽 팀은 6개다. 남미는 2팀뿐이다.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는 남미 팀이 부진하다’는 징크스가 되풀이된 것. 러시아 월드컵에 앞서 개최된 20번의 월드컵 중에서 유럽 팀은 유럽에서 열린 10번의 대회에서 9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브라질의 최근 분위기는 좋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승부(스위스 1-1)를 기록한 브라질은 이후 3경기에서 모두 2-0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 1골에 그쳤던 에이스 네이마르(26·파리 생제르맹)는 16강 멕시코전에서 1골 1도움 원맨쇼를 펼치며 살아났다. 오른쪽 측면 날개로 나서는 윌리앙(30·첼시), 조별리그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미드필더 필리피 코치뉴(26·바르셀로나) 등이 상대 골문을 부지런히 휘저으며 네이마르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순식간에 경기 밸런스를 무너뜨릴 브라질 선수들의 스피드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올라가고 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브라질이 기록한 전력 질주 최고기록은 수비수 다닐루 다시우바(1차전), 치아구 시우바(2차전)가 전반전에 기록한 시속 31.72km다. 3차전에서 네이마르가 시속 32.18km를 기록했고 16강전에서 마르키뉴스가 시속 33.30km를 기록했다. 16강전에서 네이마르와 윌리앙은 벼락같은 ‘힐패스→크로스→골’을 합작해 멕시코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짜릿한 장면을 연출했다.

벨기에의 기세도 만만찮다. 에덴 아자르(27·첼시),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케빈 더브라위너(27·맨체스터시티) 등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일명 ‘황금세대’로 불리는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32년 만의 4강 이상 성적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4경기를 포함해 A매치에서 23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 0-2로 패한 기억도 지워볼 만하다.

상대방을 질식시킬 선수들의 활동량이 점점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팀 벨기에’의 활동량은 1차전 102.466km에서 2차전 103.577km, 3차전 106.100km로 꾸준히 올랐다. 일본과의 16강전에서는 107.836km를 기록했다. 이날 2-2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10초 만에 합작한 역전골 장면에서는 수비에 가담한 벨기에 선수 5명이 마치 농구에서 속공을 하듯 벨기에 페널티 지역에서 일본 페널티 지역으로 달리며 일본 수비망을 흐트러뜨렸다.

월드컵에서 적으로 만난 소속팀 동료 간 맞대결도 볼거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소속의 윌리앙과 아자르는 각각 상대 진영 오른쪽과 왼쪽을 공략하게 돼 서로 마주보고 창과 창 대결을 벌인다. 상대의 예리함을 눌러야 팀 전체의 공격도 살 수 있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소속의 네이마르와 토마 뫼니에(27)도 중원에서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뫼니에는 “함께 뛰고 상대한 선수 중 네이마르가 최고”라면서도 “120%를 쏟아내겠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러시아 월드컵#브라질#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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