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월드컵] ‘무적함대’의 몰락과 이니에스타의 퇴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3일 05시 30분


스페인 축구대표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페인 축구대표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무적함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티키타카’, ‘점유율축구’로 상징되는 스페인의 전성기가 지나갔음이 다시 확인됐다. 아울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에 이어 또 하나의 위대한 별이 떨어졌다.


스페인은 1일(한국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맞아 연장까지 120분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조별리그 B조 1위(1승2무)로 16강에 진출했지만 토너먼트 첫 판에서 홈팀의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 쓰라린 패배에 더해 충격적인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티키타카의 핵심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빗셀 고베)가 ‘예상대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한 시대의 종말’을 대변하는 신호음처럼 들린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과 2008·2012년 유럽선수권대회 2연패로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연속적인 패스 전개로 상대를 압박하다 허점을 발견하면 전광석화처럼 허물어뜨리는 티키타카와 점유율도 세계축구의 대세가 됐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와 이번 월드컵에서의 16강 탈락으로 티키타카가 만병통치약이 아님은 분명해졌다. 견고한 수비벽과 강한 역습이 점유율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스페인 축구대표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페인 축구대표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 측면에서 이니에스타의 퇴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티키타카의 등장 이전에는 스트라이커 라울 곤살레스(41·은퇴)가 스페인축구를 대표했지만, 뛰어난 볼 키핑과 드리블 및 패스 능력에다 시야까지 갖춘 이니에스타는 사비 에르난데스(38·알 사드), 세르히오 부스케츠(30·FC바르셀로나)와 함께 중원에서 마법의 트라이앵글을 구축해 스페인축구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러나 먼저 무적함대를 떠난 사비처럼 이니에스타 역시 세월의 흐름과 함께 노쇠해지자 티키타카는 점차 위력을 잃기 시작했다. 러시아월드컵이 사비와 티키타카의 명예회복을 위한 무대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결국은 마지막 무대로 변한 인상이다.

이니에스타는 러시아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가 스페인국가대표로 마지막 경기였다”며 “때로는 결말이 꿈꿨던 것과 다르다. 내 인생과 경력에서 가장 슬픈 날이다”고 밝혔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슈퍼클럽 FC바르셀로나에서 은퇴한 데 이어 국가대표도 반납한 이니에스타는 이제 J리그 빗셀 고베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한다. 그의 통산 A매치 성적은 131경기 출전 13골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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