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로에 우뜨라] 파워스피릿…태극전사, 긍정의 힘을 기대합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7일 05시 30분


독일전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중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독일전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중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8러시아월드컵 개막에 앞서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사전훈련캠프를 차린 태극전사들은 왠지 어수선한 모습이었습니다. 분위기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니었는데, 뭔가 붕 떠있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하면서 공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어쩐지 큰일을 낼 것만 같은 그런 기류?


축구국가대표팀의 경기 중계를 위해 러시아 현장을 찾은 이영표 해설위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답을 짧게나마 들을 수 있었습니다. ‘파워스피릿(강력한 정신)’을 언급하더군요. 일생일대에 중요한 순간이 닥쳤을 때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치는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차갑게 식어버리긴 했습니다. 모든 걸 쏟아 부은 스웨덴전에 이어 멕시코전마저 패하면서 선수들은 굉장히 침울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는 표현만으론 모든 걸 포장할 수 없고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다시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경기 개최도시 숙소에서, 베이스캠프 리조트에서 꾸준하게 식탁 미팅, 티타임을 가지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간 것은 물론 킥오프를 앞두고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왔을 때,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직전,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항상 그라운드 한가운데 둥글게 모여 결의를 다지고 내일의 희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뒤 마치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펑펑 눈물을 쏟아낸 동료들을 따스하게 감싸고 위로하는 것은 그저 컴퓨터 키보드 앞에서나 강한 척 하는 일부 누리꾼들이 아닌 선수들 스스로입니다. 사실 이런 장면조차 조롱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포기하지 않았음은 분명합니다.

더욱이 작게나마 조금씩 강해지고 있는 대표팀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파워스피릿 역시 되살아나고 있고요. 많은 이들이 대표팀에 희망을 품기에 늦은 시점이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해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믿어보렵니다. 천하의 독일이라도 우리가 반드시 져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요.

러시아 카잔에서

※ ‘도브로에 우뜨라’는 러시아의 아침 인사말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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