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이성과 본능 사이’ 초구공략, 정말 죄악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29일 05시 30분


KIA 김주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주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투수가 볼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초구 스트라이크가 필수다. 초구에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타자들의 본능을 유혹한다. 이 본능은 ‘투구수’라는 이성이 억제한다. 타자가 공 하나로 아웃카운트 한 개를 늘려준다면 투수에게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초구에 대부분 ‘대기 사인’이 나왔던 이유다. 초구를 둘러싼
이성과 본능의 싸움에 정답은 있을까. 초구를 향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LG 김현수, 스포츠동아DB
LG 김현수, 스포츠동아DB

● 초구와 사랑에 빠진 KBO리그

28일까지 올 시즌 리그 초구 공략시 타율은 0.365이다. 리그 전체 타율 0.282에 비해 8푼 이상 높다.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0.972다. 리그 정상급 타자만큼의 생산성이 초구를 공략했을 때 나온 셈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초구 타율 1위는 KIA 김주찬이다. ‘초구찬’이라고 불릴 만큼 공격적인 그는 올해도 초구를 30번 노려 타율 0.615, 4홈런을 기록했다. 18홈런을 때려내며 이 부문 선두에 올라있는 SK 최정은 초구로만 7개의 아치를 그렸다.

초구에 가장 적극적인 팀은 LG(284회)다. 적극성만큼이나 결과도 동반됐다. LG는 올 시즌 초구 타율 0.427(1위), OPS 1.060(2위)에 올라있다. 결과가 따라오기 때문에 초구부터 배트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주전 대부분이 초구에 강하다. 김현수는 35차례 초구를 공략해 타율 0.500,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초구 공략 28회의 이형종은 타율이 무려 0.640에 이른다.

적극성이 무조건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SK 타선은 초구에 282번 배트를 내며 LG에 이어 2위에 올라있지만, 타율은 0.352로 7위다. 반면 초구 타격 223회(9위)의 KT는 타율 0.383, OPS 1.016 모두 리그 3위다.

LG 이형종, 스포츠동아DB
LG 이형종, 스포츠동아DB


● 모험수, 그만큼 자신감이 중요하다

초구 공략은 ‘모험수’다. 때문에 기술보다는 멘탈이 중요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초구 군단’ LG의 신경식 타격코치는 “나도, (류중일) 감독님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걸 주문하는 편이다. 스리 볼 상황에서 타격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초구로 아웃되더라도 탓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선수들의 자신감도 쌓인다”고 설명했다. SBS스포츠 이종열 해설위원은 “초구를 노리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분석과 노림수에서 그만큼 준비가 필요하다. 설령 초구에 스윙해 헛스윙이나 파울이 나오더라도 2구, 3구째 승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초구 타격에 대한 지지 의견을 내비쳤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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